25m 조선왕실 문서 '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 국보 지정

남정현 2021. 1. 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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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시작부분)(사진=문화재청 제공)2021.01.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문화재청이 실물과 관련 기록이 완전히 남아 있고 25m에 달하는 큰 규모를 갖춘 조선왕실의 문서인 보물 제1513호 '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를 7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및 복장유물'과 '구미 대둔사 경장'은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문경 봉암사 마애여래좌상' 등 조선 시대 불교문화재 3건은 보물로 지정됐다.

'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보물 제1513호)는 1680년(숙종 6) 8월30일 열린 왕실의 의식인 '회맹제(會盟祭, 임금이 공신들과 함께 천지신명에게 지내는 제사)'를 기념하기 위해 1694년(숙종 20) 녹훈도감에서 제작한 왕실 문서다. 이 의식에는 왕실에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내린 이름인 '공신(功臣)' 중 개국공신(開國功臣)부터 보사공신(保社功臣)에 이르는 역대 20종의 공신이 된 인물들과 그 자손들이 참석해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 회맹축은 17세기 후반 숙종 대 경신환국, 기사환국, 갑술환국을 거치면서 서인과 남인의 정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정국을 수습하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당시 정치적 상황을 보여주는 사료로서도 역사·학술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왕실유물 중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로 제작돼 조선 후기 왕실 공예품의 백미(白眉)로서 예술성 또한 우수하므로 국보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는 1680년 회맹제 거행 당시의 회맹문(會盟文, 종묘사직에 고하는 제문)과 보사공신을 비롯한 역대 공신들, 그 후손들을 포함해 총 489명의 명단을 기록한 회맹록(會盟錄), 종묘에 올리는 축문(祝文, 제사 때 신에게 축원하는 글)과 제문(祭文)으로 구성됐으며, 축의 말미에 제작 사유와 제작 연대를 적었고 '시명지보(施命之寶)'라는 국새를 마지막으로 찍어 왕실 문서로서 완전한 형식을 갖추었다.

회맹축의 제목은 '이십공신회맹축(二十功臣會盟軸)'이며, 조밀하게 짠 옅은 황비단 위에 붉은 선을 가로 세로로 치고 그 안에 단정한 글씨로 써내려갔다. 가로 약 25m에 달하는 긴 문서의 양 끝은 붉은색과 파란색 비단을 덧대고 위·아래를 옥(玉)으로 장식한 축으로 마무리해 왕에게 직접 보고하는 어람용(御覽用) 문서답게 매우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인상을 준다.

특히 이 회맹축의 경우 어람용 회맹축의 제작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관련 기록인 '녹훈도감의궤(錄勳都監儀軌)'가 함께 전해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긴 두루마리의 글씨는 서사관(書寫官)으로 발탁된 문신 이익신(李翊臣)이 썼고, 화원 한후방(韓後邦)이 붉은 선을 그린 사실, 평안도에서 생산한 옥이나 상아, 비단과 같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사실, 숙련된 기량을 지닌 장인을 차출하기 위한 논의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구미 대둔사 경장(사진=문화재청 제공)2021.01.07 photo@newsis.com

한편, 새롭게 보물로 이번에 지정 예고된 '구미 대둔사 경장(龜尾 大芚寺 經欌)'은 1630년(인조 8)에 조성된 경장(불교경전을 보관한 장)으로, 조선 시대 불교 목공예품 중 명문을 통해 제작 시기가 명확하게 파악된 매우 희소한 사례다. 경장으로서는 국보 제328호 '예천 용문사 대장전과 윤장대'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것이다.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및 복장유물'은 높이 11m에 이르는 대형 불화 1폭과 각종 복장물을 넣은 복장낭(腹藏囊), 복장낭을 보관한 함을 포함한 복장유물로 구성됐다. 이처럼 불화와 함께 복장유물을 놓은 복장낭이 온전하게 일괄로 남아 있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또 지정예고와 더불어 불교문화재 3건도 보물로 지정됐다. 보물 제2108호 '문경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은 1663년(현종 4)에 제작된 마애불로서, 경북 봉암사 옥석대(백운대라고도 함)에 위치해 있다. 제작 시기와 주관자, 존상(尊像) 명칭은 풍계 명찰(1640~1708)의 문집 '풍계집(楓溪集)』' 수록된 '환적당대사 행장(幻寂堂大師 行狀)'을 통해 확인된다. 명찰은 17세기 승려 환적당 의천의 제자로, 이 책에 의천이 발원해 마애불을 조성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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