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란 대통령 두차례 친서..'70억달러' 분명한 해법 원해"

길윤형 2021. 1. 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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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소식통 "최 차관 방문, 억류 선박에 좋은 영향"
"국민 목숨 달려..10억 달러 의료장비 구입 의사"
"이란 대통령, 문 대통령에 두차례 친서 보냈지만
답장에 실질적 조처 없어..태도에 아쉬움 느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이란 당국이 “한국의 외교 방문이 필요 없다”는 공식 견해와 달리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의 10일 방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이뤄진 한국 선박 억류가 ‘해양 오염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라면서도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산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명한 계획’을 가져오길 절실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이란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6일 <한겨레>와 만나 “이란은 최 차관의 이번 방문이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란은 최 차관이 동결된 원유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명한 계획과 프로그램을 가져오기를 바라고 있다. 이란은 ‘자신들의 돈을 자기들이 쓸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억달러로 의료장비 구매 하겠다 한국에 요청”

이란은 현재 한국에 “동결 자산 가운데 10억달러 정도를 약품과 의료장비를 구매하는데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한 상태로 전해진다. 앞서, 이란 현지 언론 <테헤란 타임스>는 3일 호세인 탄하이 한-이란 상공회의소 회장 등 이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의 은행에 있는 석유 수출 동결 자금과 코비드19 백신과 다른 물품을 교환(barter)하도록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란이 원하는 구체 물품으로 코로나19 백신, 원자재, 약품,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부품, 가정용 전자제품 등을 열거했다.

“백신 구매 합의했으나 한국의 한 은행이 스위스 송금 보장 거부”

약 한 달 전부터 한국과 이란은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벡스 퍼실리티’를 통해 한국의 2개 은행에 예치된 이란 원유대금 70억달러 가운데 일부로 백신 구매 대금을 납부하는 논의를 진행했다. 두 나라가 이 방안에 합의한 뒤 한국이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 면제 승인도 받았지만, 두 은행 중 한 곳이 ‘미국 제재 때문에 이란 자금이 코벡스 퍼실리티 수금 계좌가 있는 스위스 은행으로 송금되는지 보증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난관에 부딪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은행은 달러로 바꾸려면 다른 은행을 거쳐야 한다며 미국의 한 은행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란 자금이 미국 은행에 들어가면 자동 동결될 것을 우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의 특별승인을 받아 우리가 대금을 지불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란이 송금 과정에서 미국에 의해 이 돈이 압류될 것을 우려해 결정을 못 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6만명 코로나로 숨졌는데 의약품도 없어…문 대통령 친서에 답은 했으나 구체적 실천 없었다”

이란은 지난 2년 반 동안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며 실망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소식통은 “지난 2년 반 동안 한국 외교에 아쉬움이 많다. 6만명의 이란 국민이 코로나19로 죽었고, 의약품이 없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두번이나 보냈다. 한국 정부가 그때마다 답장은 보냈지만 적절한 조처, 실질적 조처가 없다. 석유대금 70억달러에, (이란의) 멜라트 은행이 한국은행에 지불준비금으로 예치한 돈까지 합치면 (한국에 물려 있는 이란 돈이) 90억달러가 넘는다. 이란 국민들의 목숨이 걸린 돈이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인 데, 이렇게 거액의 원유 대금이 한국 은행에 동결돼 있는 문제를 2년 넘게 해결하지 않는 한국에 대해 거듭 해결을 촉구해 왔다. “이란이 아쉬움을 많이 느끼고 있고, 버려진 느낌이라 말도 한다. 그 좋던 관계가 이런 상황 때문에 악화됐다고 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선박 나포는 순전히 기술적 문제…돈 받으려 납치한 것 아냐” 주장

하지만, 지난 4일 이란혁명해상수비대(IRGCN)의 한국의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1만7426t급) 나포와 관련해선 순전히 기술적 문제라는 이란의 입장을 재차 대변했다. 그는 “선박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물을 빼는 과정이 있는데 큰 바다에선 문제가 없지만, 페르시아만은 특별한 지역이라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위반 사항이 있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항해에 대한 보상도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동결 자금 회수와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이란의 입장을 전했다. 실제, 이란 외교부는 이 문제는 반다르 아바스 주정부에서 조사 중인 기술적 사안인만큼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소식통은 이란이 돈을 받으려 한국 선박을 납치했다는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얘기를 그렇게 쉽게 쓰는 것 자체가 이란에겐 너무 불쾌하고 치욕스런 일이다. 한국이 이란에 비우호적인 자세를 보였을 때도 참았는데 관계가 개선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가는 지금 왜 이란이 악수를 두겠냐”는 견해를 밝혔다. 박민희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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