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선 이겼다".. 트럼프 지지자들, 美 의회 난입 '아비규환'

정재영 2021. 1. 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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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여성 1명 총 맞아 중태, 공화당 건물 등에서 폭탄 발견"
바이든 승리 확정 회의 진행 중이던 상·하원 전격 휴회
트럼프 대통령 "지금 귀가하라" 당부하면서도 시위대 두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난입을 막는 경찰·보안요원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의회의 당선 확정 절차가 예정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면서 의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무단으로 넘어 의사당 건물에 진입하면서 유리창을 깨고, 상하원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무법천지를 보여줬다. 이 과정에 한 여성이 가슴에 총을 맞아 중태에 빠졌고,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건물 등에서 폭탄이 발견되는 등 아비규환이 이어졌다.

CNN방송 등 미 언론은 이날 트럼프 지지자들이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 외벽을 타고 올라가 유리창을 깨고 건물에 진입하는 영상을 잇따라 내보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워싱턴 곳곳에서 소규모 시위를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열린 지지시위에 직접 나서 연설하면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한 건 트럼프 지지자들이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오후 1시 무렵에 의회로 행진하면서 부터다. 이날 회의에서 상·하원은 새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회의가 열릴 무렵 트럼프 지지자 수백면이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에 진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부분 백인 남성이었고 경찰의 제지도 소용없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던 상·하원은 전격 휴회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사당에 모여있던 주요 인사들은 경호 인력의 안내를 받으면 급히 의사당을 빠져나갔다. 폭스뉴스는 일부 시위대가 상원 회의장에 난입해 상원의장석까지 점거했고 일부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워 회의장 앞에서도 시위대와 경호인력간 대치가 이어졌다. 시위대가 난입을 시도하자 안에서 문을 막고 총을 겨두며 대치하는 장면이 전세계에 방송됐다. 시위대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 위에 발을 올리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의사당 밖에서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가 발사됐고,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 여러명이 다치기도 했다. CNN은 의회에서 여성 1명이 가슴에 총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여성은 의사당 구내에서 총을 맞았다고 전했지만 총격 상황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NBC방송은 의사당 안에서 1명이 법 집행관의 총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의 하원 본회의장에서 6일(현지시간) 경찰이 시위대의 난입을 막기 위해 집기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문 옆에서 총을 겨누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의회 인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본부 근처에서는 폭탄이 발견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RNC 본부 근처에서 수상한 장치가 발견돼 빌딩 내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했다. RNC 관계자는 본부 외벽을 따라 외부 지상에서 파이프 폭탄이 발견됐으며 경찰에 의해 안전하게 폭파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도 이날 본부 건물 근처에서 수상한 꾸러미가 발견돼 조사가 이뤄졌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6일(현지시간) 경찰이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의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를 거둔 11·3 대선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 난입으로 상·하원 합동회의는 1시간 만에 전격 중단됐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미 국방부에 따르면 1100명의 주방위군이 사태 해결을 위해 투입됐으며 버지니아주 경찰관 200명도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워싱턴시는 오후 6시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의 의회 난입에도 ‘평화를 유지하라’는 트윗만 올릴 뿐 해산을 촉구하지 않았다. 오후 4시가 넘어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는 “지금 귀가하라”고 당부했지만 폭력 사태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입장 표명은 없었다. 그는 오히려 대선이 사기였다고 재차 주장하면서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고 언급하는 등 시위대의 의회 난입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폭스뉴스 등이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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