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쾅, 쾅, 쾅, 의사당에 폭음과 연기.. 일부 시위대는 총기 무장
6일 오후 4시45분쯤(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점거된 미 의회 의사당에선 ‘쾅’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 총성과도 같은 굉음에 의사당 밖에서 트럼프 지지 깃발을 흔들고 있던 시위대도 움찔하는 모습이었다. 굉음이 들린 후엔 의회 창문 여러 곳에서 흰 연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의회경찰이 의사당 내부에 진입한 트럼프 지지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최루가스를 터트린 것으로 보였다. 의사당 문 안쪽에선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 중인 듯 서로 물건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준비위원회가 오는 20일 취임식을 진행하기 위해 의회 주변에 설치해 뒀던 계단 형태의 구조물도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점거된 상태였다. 의사당 입구 쪽엔 군복을 입은 사람도 보였다. 진압을 위해 투입된 주방위군인지, 군복을 입고 시위에 참가한 트럼프 지지자인지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전날부터 워싱턴DC에 몰려든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철모, 위장복, 군화까지 완벽한 군인 복장을 하고 시위에 참가했다. 백악관·의회 주변은 일체의 총기 소지가 금지돼 있지만 불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한 채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워싱턴DC 경찰은 총기 관련 혐의로 10여명을 체포했다.
의사당 입구를 둘러싼 트럼프 지지자들 중 한 여성이 확성기를 들고 “경찰이 우리를 체포하려고 한다!”고 소리쳤다. 의사당 계단 아랫쪽에 있는 동료 지지자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소리였다. 계단 아랫쪽에는 ‘(선거)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같은 플래카드를 들거나 ‘트럼프 2020′ 깃발을 든 지지자들이 몰려 들어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거나 “모든 표를 검증하라!”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쓴 퍼트리샤란 여성은 본지 인터뷰에 “우리는 선거를 도둑 맞았다고 느낀다”면서 “우리는 (완전한) 정보 공개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한 것은 미 의회가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확정짓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하던 중인 이날 오후 2시15분쯤이었다. 이후 공개된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의사당 문 앞으로 몰려든 트럼프 지지자들이 유리창을 부수고 잠긴 문을 연 뒤 우르르 의사당 안으로 난입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은 안전을 위해 급히 자리를 피해야 했다. 혼란 와중에 의사당 안에서 트럼프 지지자로 추정되는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전날부터 워싱턴DC로 몰려 들었다. 백악관과 의회 주변에는 무장한 경찰이 다수 배치됐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점거를 막지는 못 했다. 이날 워싱턴DC 시내에서는 하루 종일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백악관과 의회로 향하는 도로는 대부분 차단됐다. 미 의회 경찰은 이날 오후 5시40분쯤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를 진압하고 안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의사당 점거로 중단된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 확정 절차는 밤 10시쯤 재개될 예정이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야간 폭력 시위에 대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7일 오전 7시까지 통금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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