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 책상 밟고, 경찰차 드러눕고 "폭도들이 의사당을 공격했다"

이벌찬 기자 2021. 1. 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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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난입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탄약을 이용해 해산시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폭도(mob)들이 미국 의사당을 공격했다”

‘선거 불복'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6일(현지 시각) 의사당에 난입하자 CNN은 이들을 ‘폭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수천명의 시위대는 오후 1시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 개최를 막기 위해 의사당으로 몰려들어 경찰 저지선을 뚫었다. 일부는 의사당 내부에 진입했고, 남은 시위대는 의사당 외부 계단을 점거해 경찰과 대치를 벌이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해산됐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이 외세가 아닌 자국 시위대에 점거 당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 한 명이 6일(현지 시각)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까지 들어와 의자에 앉아 발을 책상 위에 올리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의 시위대 점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AFP연합뉴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워싱턴 백악관 앞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는 점심 1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의사당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의사당에 도착한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 계단을 점거했고, 일부는 경비를 뚫고 내부로 들어갔다.

의사당 내부로 난입한 시위대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고, 경찰이 취루탄을 이용한 제지도 소용없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시위대가 의사당 외벽을 타고 올라가거나 유리창을 깨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의사당 안에 진입한 트럼프 지지자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에서 발을 책상 위에 올린 장면도 포착됐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의 하원 본회의장에서 6일(현지 시각) 경찰이 시위대의 난입을 막기 위해 집기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문 옆에서 총을 겨누고 있다./AP연합뉴스

시위대 난입 당시 의사당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고 대선결과를 확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러나 시위대 난입으로 상하원 합동회의는 중단됐다.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의원들은 긴급히 대피했다. CNN은 의회 지도부가 워싱턴DC 육군기지가 있는 포트 맥네어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이 와중에 의회 직원은 선거인단 투표용지가 담겨 있던 함을 긴급히 챙겨 회의장을 떠났다. 이 함에는 미국의 50개 주별로 실시한 선거인단 투표용지와 개표 결과가 담겨 있었다.

시위대가 6일 미국 의사당에 올라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쯤 의사당을 점거했다가 4시간이 지나서야 해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에 들어가 의장석을 점거했다. 일부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에 우호적인 폭스뉴스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시위대를 비판했다.

하원 회의장 문 앞에서는 시위대와 경호인력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위대가 밀고 들어가려 하자 안에서 경호인력이 기물로 문을 막고 권총을 겨눴다.

백악관 난입

시위대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경찰 여럿이 부상을 입었다. 백악관은 주방위군 1100명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의 경찰관 200명도 워싱턴으로 긴급 이동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초기 ‘평화를 유지하라’는 트윗만 올리고 적극적으로 해산을 촉구하지 않다가 오후 4시17분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로 “지금 귀가하라”고 당부했다.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 외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은 물론 유리창을 깨 내부로 난입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TV로 고스란히 중계됐다./AP 연합뉴스

뮤리얼 바우어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6일 오후 6시부터 7일 오전 6시까지 워싱턴DC 도시 일대에 통금을 명한다”고 밝혔다. 통금 중에는 시장이 지정한 인물과 필수 인력 외에는 외출과 이동이 금지된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차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AP연합뉴스

시위는 의사당 난입 약 4시간이 지나서야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로이터·AP통신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의사당 내 시위대가 오후 5시쯤 대부분 해산되고 안전이 확보됐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델러웨어주 윌밍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현대사에서 본 적이 없는 전례 없는 공격을 당했다”며 “시위가 아니라 반란 사태”라고 했다. 펜스 부통령도 트위터에 “의사당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며 “관련자들은 법의 최대 범위까지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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