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 미 의회 난입 사태..바이든 당선 최종 승인 위한 회의 중단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확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린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건물을 둘러싸고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바이든 당선자가 승리한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승인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중단됐고 의원들은 긴급 대피했다. 지난해 11월 3일 실시된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사기’가 있었다면서 선거에 불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가 끝내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 트럼프 지지자 미 의회 난입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바이든 당선자 승리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오후 1시부터 의사당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적힌 푸른색 깃발을 들고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겼다” “도둑질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의회 주변을 에워쌌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대를 저지했지만 일부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면서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시위대 일부가 의사당에 진입하면서 상·하원 합동회의는 중단됐고,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상·하원 의원들은 회의장을 떠나 안근 군부대로 대피했다.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을 점거했고, 하원 회의장 점거를 시도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AP통신 등은 이날 오후 6시쯤 의사당 내 시위대를 소개하고 안전을 확보했다고 당국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 건물에 난입한지 약 4시간 만이다. 의사당 안에 난입했던 시위대는 소개됐지만 시위대는 여전히 의사당 밖 경찰 통제선과 바리케이드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 바이든 “시위 아닌 반란”, 트럼프 “귀가하라”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에 대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전례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이것은 반란 사태”라고 규탄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당장 전국적으로 방영되는 텔레비전에 나가 헌법을 수호한다는 자신의 선서를 이행하고 (지지자들에게) 포위를 끝내라고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1분 가량의 동영상에서 “여러분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평화로워야 한다. 우리는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여러분의 고통과 상처를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면서 대선 불복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백악관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주방위군과 연방기관 법집행 요원들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트위터에 “평화적인 시위는 모든 미국인의 권리이지만, 우리 의회 의사당에 대한 이 공격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관련자들은 법의 최대의 범위까지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저녁 6시부터 야간 통금 명령을 내렸다.
■ 트럼프 지지자 집회서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11시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미국 구국 집회(Save America Rally)’를 열었다. 지난해 말부터 트위터 등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이번 집회 참가를 독려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앞 엘립스에서 열린 집회에 직접 나가 무대 위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우리는 이겼다. 압승이었다”면서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날 오후 상원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바이든 당선을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점을 들어 “펜스가 옳은 일을 하길 바란다. 펜스가 옳은 일을 하면 우리는 대선을 이긴다”면서 “펜스가 해야 하는 일은 각 주에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재인증하라고 돌려보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 의회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 회의
의회는 이날 오후 1시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와 간선제가 혼합된 형식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3일 대통령을 뽑기 위한 유권자 투표를 실시했다. 유권자 투표에선 바이든 당선자가 51.4%를 득표해 46.9%를 얻는데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다. 유권자 투표 결과는 각주 선거인단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 각 주별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한다. 각 주는 지난해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진행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수를 훨씬 넘는 306명을,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의 선거인을 확보했다.
각 주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상원의장을 맡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냈다. 지난 11월 대선과 함께 실시된 연방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 3일 새로 임기를 시작한 117대 국회는 각 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보고 받고 이를 일일이 승인해야 한다. 각 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승인함으로써 대선 승자를 최종 승인하는 과정이다.
펠로시 의장의 개회 선언 뒤 사회권을 넘겨 받은 펜스 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보고됐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앨러배마주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보고됐다. 앨러배마는 유권자 투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기 때문에 선거인 9명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 이 결과는 이의제기 없이 승인됐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 3명을 모두 차지한 알래스카주 선거인단 투표 결과도 무리 없이 승인받았다.
세번째로 애리조나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보고됐다. 바이든 당선자가 승리해 11명의 선거인단을 획득했다. 애리조나주 출신 폴 고사 공화당 하원의원이 문제 제기를 했다. 펜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가운데 이에 동조하는 이가 있는지 물었고, 고사 의원은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에 동조한다고 답했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려면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이 최소 1명씩 이에 동조해야 한다.
문제제기 요건이 갖춰짐에 따라 상원과 하원은 각자 2시간 이내의 토론에 돌입했다. 앞서 공화당 의원들은 애리조나 외에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으로 바이든 당선자 최종 승인이 중단된 상태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 연방의사당 시위대 진입 충돌로 여성 1명 숨져
- [포토뉴스]트럼프 지지자 미 의회 난입 긴박했던 순간들
- “미국 민주주의의 수치”…미 의회 난입에 세계 각국 우려 표명
- 민주당 의원 ‘특검’ 주장하며 끼어들자 권영진 “저거 완전 쓰레기네”
- 조국 “보수의 아성 부끄럽지 않게…대구부터 윤석열·김건희 심판해 달라”
- 박수홍♥김다예, 신생아 촬영 직원 지적→삭제 엔딩…여론 의식했나
- 소식 끊겼던 47살 ‘보이저 1호’···NASA, 43년 동안 사용않던 송신기로 교신 성공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