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샌디에이고의 '아시아 악몽' 지울 수 있을까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2021. 1. 7. 0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김하성(25)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악몽을 지울 수 있을까?

샌디에이고는 유독 아시아 출신 선수와 인연이 없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꾸준히 시도했으나 성과가 좋지 못했다.

지난 2014년 12월 포스팅으로 김광현에 대한 단독 협상권을 따냈지만, 계약에 실패했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하기 위해 그의 소속팀 닛폰햄 파이터스에게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내주는 등 지극정성을 들였다. 그 결과 마지막까지 경쟁할 수 있었지만, 오타니는 LA에인절스를 택했다.

샌디에이고는 당시 오타니의 소속팀이었던 닛폰햄에게 훈련장을 내주는 등 지극정성을 들였다. 사진= MK스포츠 DB
당시 오타니는 처음부터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드레스를 비롯한 내셔널리그 구단들도 그의 이러한 생각을 확인했지만, 그가 프리젠테이션에 초청하자 '혹시나'하는 마음에 LA로 달려갔다 허탕만 친 것으로 알려졌다.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파드레스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구단 내부에서 '오타니'는 금지어"가 됐다"고 귀띔했다. 오타니가 '볼드모트'와 동급이 된 것이다. 그만큼 아쉬움이 컸다.

오타니 영입전에서 고배를 마신 이들은 대신 다른 일본 출신 투수를 영입했다.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우완 언더핸드 마키타 가즈히사가 그 주인공.

2년 4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은 마키타는 데뷔 후 첫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9로 선전하며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당시 4월 16일 LA다저스와 홈경기 9회 등판, 2루타와 볼넷 2개에 이어 만루홈런을 맞은 것을 시작으로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10을 기록한 뒤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간간히 콜업됐지만,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2018년 2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91의 기록을 남긴 그는 2019시즌에는 더블A, 트리플A에만 머물렀고 그렇게 험난한 기억만 남기고 일본프로야구로 돌아갔다.

샌디에이고가 영입했던 일본인 투수 마키타는 빅리그에 적응하지 못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파드레스 프런트를 이끌고 있는 A.J. 프렐러 단장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일하던 시절 다르빗슈 유 영입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 프로야구 출신 선수 중 한 명을 발굴한 그이지만, 단장이 된 이후에는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한국시간)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가진 프렐러 단장도 "우리는 한국,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좋은 감각을 갖지 못했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아시아 태평양지역 그룹, 스카웃 그룹을 비롯한 프런트들은 아주 일을 잘해내고 있다"며 프런트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우리 구단에는 나 자신을 비롯해 다른 구단에서 이에 대한 성공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있다"며 특별히 로건 화이트의 이름을 언급했다. 화이트는 LA다저스에서 스카우팅 디렉터로 일했었고, 지난 2012년 한국에 직접 와서 류현진이 던지는 모습을 확인했었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6년 계약을 안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같은 신뢰는 김하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다른 구단에서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던 이들이 모두 김하성을 추천했다"며 김하성이 빅리그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히 감에 의지한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김하성이 청소년대표로 활약하던 시절부터 지켜봤다고 밝힌 그는 "KBO 진출 이후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그에 대한 믿음을 갖게됐다"고 밝혔다.

프렐러는 '적응'의 증거로 김하성의 삼진 갯수를 꼽았다. 김하성은 프로에서 처음 주전으로 입지를 다졌던 2015년 582타석에서 115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이후 삼진 갯수를 꾸준히 줄여갔다. 2020시즌에는 522타석을 소화하며 단 68개의 삼진만 당했다.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여기서 자신감을 갖게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기록에 스카웃들이 평가한 신체적 요소, 배트 스피드, 투구 식별 능력 등을 더한 결과 "메이저리그에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는 4년 계약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

계속된 실패에도 아시아 선수 시장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덤벼들었다. 김하성은 이들의 이같은 모험에 어떤 모습으로 응답할까? 샌디에이고가 '아시아의 악몽'을 지울 수 있느냐는 결국 김하성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한가운데로 가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