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전에 소홀했던 마윈의 치명적 실수

장박원 2021. 1.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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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경DB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49]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금융당국의 소환을 받은 이후 그의 앞날은 갑자기 불투명해졌습니다. 그가 중국 정부를 대놓고 비판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회의 연설에서 그는 "중국 금융 시스템이 전당포 수준"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이 발언 직후 그는 금융당국에 호출됐고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그룹 상장이 전격 중단됐습니다. 앤트그룹은 세계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지금은 결제뿐 아니라 소액 대출과 보험 등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명실공히 중국 금융 포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은 알리페이 사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막판에 중국 정부의 몽니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그룹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습니다. 결국 그룹을 해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마윈은 최근 언론이나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직접적인 이유는 거침없는 말이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정부를 몰랐다는 데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앤트그룹 상장이 무산된 직후 '축제의 흥을 깬 마윈'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앤트그룹 상장을 일시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중국 규제당국은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에서는 어떤 것도 공산당보다 클 수 없다는 사실을." 마윈의 치명적인 실책은 중국 공산당 내부 정보 수집에 소홀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말을 조심했을 겁니다. 지금의 위기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중요한 일을 할 때 선제적인 정보 파악은 필수입니다. 대부분의 싸움은 정보전에서 승패가 결정 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춘추전국시대의 3대 패자인 초장왕이 등장하기 직전 초나라에서 일어난 권력 암투에서도 먼저 정보를 획득한 사람이 승자가 됐습니다. 초장왕의 부친 초목왕 상신이 주인공이죠. 그가 권좌에 오르는 과정은 패륜적이고 잔인하지만 이겨야 하는 싸움에서 선제적인 정보 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

그는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됐습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습니다. 배다른 동생인 직(職)이 부친인 초성왕의 총애를 받으며 태자 자리를 위협받게 된 것이죠. 성왕은 아무 이유 없이 후계자를 바꿀 수 없었고 오랜 기간 태자로 있었던 상신의 세력도 만만치 않아 기회를 보고 있었습니다. 상신이 과오를 저지르면 이를 빌미로 제거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성왕은 이런 속내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소문이 궁궐에 퍼졌지요. 상신은 이것이 진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는 스승인 반숭의 제안에 따라 초성왕의 여동생인 미씨에게 일부러 무례를 저지르기로 합니다. 미씨는 성미가 불같아서 화가 나면 속에 있는 말을 마구 쏟아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신이 연회에 초대해놓고 소홀하게 대접하자 미씨는 이렇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막돼먹은 놈이 아닌가. 그러니 왕께서 네놈을 죽이고 직을 세우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획득한 상신은 승기를 잡기 위해 긴밀하고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태자궁에 있는 병사들을 동원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죠.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궁궐을 장악한 그는 반숭을 초성왕에게 보내 살해합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을 저지른 것입니다. 초성왕의 최후 장면은 유명합니다. 위기를 벗어나려고 시간을 벌려고 하는 꼼수를 쓰는 상황에서 많이 인용되는 대목입니다. 반숭이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자 초성왕은 대답합니다. "과인이 양위한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반숭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습니다. 그러자 성왕은 다시 얕은 꾀를 냅니다. "과인이 방금 요리사에게 곰 발바닥 요리를 해오도록 시켰다. 다 된 곰 발바닥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반숭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곰 발바닥 요리는 오래 걸리지요. 그러니 시각을 지체해서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리려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반숭은 성왕에게 허리띠를 던졌습니다. 성왕은 결국 그 허리띠로 목을 맸습니다.

이것으로 초나라의 권력 다툼은 초목왕으로 왕위에 오른 상신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가 부친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작은 잘못이 빌미가 돼 죽었을 겁니다. 직과 그를 따랐던 세력이 대권을 잡았겠지요. 초성왕도 천수를 누리고 곱게 죽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정보는 상황을 정반대로 바꾸는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초목왕처럼 마윈도 중국 공산당 내부에 흐르는 기류와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지금의 위기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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