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받아 든 바이든의 이란 해법은, 이란의 요구는?
美, 협상 의제 및 협상 참여국 확대 요구할 듯
이란, 빠른 재제 완화 원하나 올 대선이 관건
“이란이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엄격히 지킨다면 미국도 합의에 다시 참여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9월 일찌감치 핵합의 복귀를 공언했다. 지금까지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내놓은 유일한 대이란 정책이었다. 단, 바이든 당선인은 합의의 ‘엄격한 준수’란 단서를 달았다. 그 모호함을 읽은 이란은 4일(현지시간) 우라늄 농축 상향과 한국 선박 나포로 취임도 안한 바이든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합의 탈퇴 후 파행을 거듭한 양측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과 각자의 속내는 무엇일까.
대화의 출발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핵시설 접근을 이란 측이 어느 정도 수위까지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미 잡지 뉴요커는 “2019년부터 이란은 여러 핵합의 사항을 위반했지만 여전히 IAEA와 협력하고, 핵 검증에 있어 가장 간섭이 심하다고 평가 받는 사찰단 접근도 허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통분모가 살아 있는 만큼 사찰단이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의 협상 방식은 단계적인 ‘스몰 딜’ 추진이 유력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물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2015년 JCPOA 타결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다. 기존 합의는 IAEA 검증을 토대로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이란에 부과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이란의 핵시설 제한 범위를 점차 늘리고 이행 실적을 봐가며 제재를 보다 완화하는 게 골자였다.
문제는 미국이 무작정 핵합의에 복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5년의 시간 달라진 국내외 정세 및 여론을 협상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단순한 핵합의 복귀는 중요한 지렛대를 의미 없이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협상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보다 강한 구속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설리번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이미 “핵협상에 더해 탄도미사일 문제를 이란과의 대화 의제에 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 오바마 행정부는 ‘반쪽 합의’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핵문제 해결에 집중한 탓에 대량살상무기 이슈는 외면했고, 이후 비난 여론이 불거지자 탄도미사일 관련 신규 제재를 단행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작년까지도 이란은 번번이 탄도미사일 실험을 했다.
합의문에 들어가는 참여국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5년 전엔 강대국 중심의 P5+1(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만 합의에 참여했으나, 지역정세를 확실히 안정시키려면 역내 이란의 경쟁국까지 모두 끌어들여 감시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란은 아직 미국에 명확한 패를 내보이지 않았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5일에도 “우리는 최대 60%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강수를 뒀다. 전날 농축도 20% 상향 통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다만 이란 정부의 의도는 여러 발언에서 드러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의 실수에 대해 보상하고 미국을 2015년 핵합의를 완전히 준수하는 쪽으로 복귀시킨다면 이란은 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 역시 "우라늄 농축도를 올렸지만, 이것이 핵합의의 완전한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하면 언제든 대화가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최종 목표는 당연히 제재 해제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제재 복원 후 3년간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6% 감소했다. 이란 정부가 자체 추산한 경제적 손실도 2,500억달러(271조5,750억원)에 달할 만큼, 국가경제는 파산 직전이다.
양측의 지향점이 무엇이건 간에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6월 대선을 앞둔 이란에서 강경파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로하니 대통령은 2선 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한다. 가뜩이나 이란이 일관되게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온 점으로 미뤄 볼 때 강경 지도부가 득세하면 접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게 뻔하다. 비영리 연구단체 국제위기그룹(ICG)의 로버트 맬리 대표는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서 “핵합의는 이란 강경파에겐 인기 있는 정책이 아니어서 차라리 로하니 정부와 협상하기가 더 쉽다”고 진단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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