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매너 온도'/임병선 논설위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두 달 전부터 딸이 중고용품 거래에 재미를 들였다.
연말에는 중고용품 거래사이트 '당근마켓'을 통해 만나는 이가 사내라며 혹시 모르니 날 보고 동행하자고 했다.
동네 사람끼리 중고물품을 건네게 하는 그 사이트에는 '매너 온도'란 평가 척도가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긍정적인 후기를 받아내려고 과속, 신호위반 등을 저지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매너 온도도 비슷하지만 한결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두 달 전부터 딸이 중고용품 거래에 재미를 들였다. 한밤중 전철역에 낯선 이를 만나러 가는 일이 잦아졌다. 연말에는 중고용품 거래사이트 ‘당근마켓’을 통해 만나는 이가 사내라며 혹시 모르니 날 보고 동행하자고 했다. 밤 10시가 못 돼서였다. 희한한 일이 다 있네, 하면서 따라나섰는데 정말로 나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사내가 겸연쩍게 우리 둘을 맞았다. 오른손으로 지폐 몇 장 건네고, 왼손으로 우리가 건넨 샴푸 등을 받아 들고 정차해 놓은 차에 올라 떠났다.
동네 사람끼리 중고물품을 건네게 하는 그 사이트에는 ‘매너 온도’란 평가 척도가 있었다. 사람의 체온인 36.5도에서 시작하는데 딸의 온도는 38도로 올라왔다고 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긍정적인 후기를 받아내려고 과속, 신호위반 등을 저지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매너 온도도 비슷하지만 한결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27도인 사람과 거래해 본 이는 자꾸 딴소리를 하거나 약속에 늦는다고 했다. 99도를 기록한 사람은 거래할 때마다 은행에서 빳빳한 새 돈을 찾아 봉투에 담아 건넨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쓸모없는 것들도 정리할 겸, 작은 돈이지만 현금을 쥐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딸은 웃어 보였다.
bsnim@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학대 알고도 “잘 지낸다”…‘정인아 미안해’ 글 내린 홀트(종합)
- 고객용 마카롱을 발 위에? 선 넘은 갤러리아백화점 장난
- “모든 음식 종이 씹는 듯”…코로나 앓고 냄새 잃은 사람들
- 차에 매달린 채 죽어간 개… 몰랐다며 사라진 주인 [김유민의 노견일기]
- [단독] 황운하 ‘김영란법’ 위반 의혹…“3인 밥값, 경제인이 지불”
- 나경원 다운증후군 딸 “올해 29살, 시집가고 싶어해” [TV픽]
- 제주 랜딩 카지노에서 ‘현금 145억원’ 사라져 경찰 수사
- 유수진 “2000만원 들고 온 회원, 7년 만에 21억 건물주 됐다” [EN스타]
- “여기 천국 아닌가요?”…뉴질랜드 현재 상황[현장]
- “남편 밑반찬·속옷 챙겨둬라”…서울시의 임신 말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