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도 "정인이 사건 이해안돼"..양천서장 결국 교체

김주현 기자 2021. 1. 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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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간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끝내 사망한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양천경찰서장이 교체됐다.

경찰은 세 차례에 걸친 학대의심 신고에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정인이 사건을 담당한 양천서를 상대로 감찰을 진행했고 3차 신고사건 처리 담당자인 팀장을 포함해 3명의 아동청소년수사팀 경찰관과 APO(학대예방경찰관) 2명 등 총 5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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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관련 경찰의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6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 모습. /사진=뉴시스


수개월간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끝내 사망한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양천경찰서장이 교체됐다. 경찰은 세 차례에 걸친 학대의심 신고에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 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의 개입 권한이 현실적으로 적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토로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경찰의 과실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양천서장 파면하라" 청원글에 25만명 동의…결국 양천서장 대기발령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화면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글에는 지난 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25만9105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청원글이 올라온 지 이틀만에 정부의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돌파했고 참여인원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청원인은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갖고 그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하는 국가기관이 아동학대 신고를 수 차례 받고도 묵인하고 방조했다"라며 "신고의무자가 제출한 수많은 증거와 소아과 전문의의 강력한 수사 요구를 무력화 시킨 책임의 대가를 묻고 싶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미흡했던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화섭 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후임 양천서장 자리는 서정순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장이 채웠다. 서 과장은 1983년 순경 공채로 입직해 서울 성북경찰서 여성청소년 과장,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등을 역임했다. 김 청장은 서 과장을 "여성청소년 분야에 정통한 총경"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정인이 사건을 담당한 양천서를 상대로 감찰을 진행했고 3차 신고사건 처리 담당자인 팀장을 포함해 3명의 아동청소년수사팀 경찰관과 APO(학대예방경찰관) 2명 등 총 5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1·2차 신고 담당자들에게는 '주의'와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일선 경찰들이 말하는 '정인이 사건'…"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목소리"
6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선서 경찰관들은 대체로 '정인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경찰 내부적으로도 정인이 사건에 분노하고 있고 대체로 당시 사건 처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동학대 같은 사건은 경찰의 개입 권한이 현실적으로 적어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라며 "APO의 역할은 수사부서에 의심사건을 통보하는데 그쳐 수사를 개시하는 등의 권한이 미비하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신고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 접수되는 경우도 많고 곧바로 아동과 부모를 분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건 처리가 복잡하고 힘들다"라며 "부모가 완강하게 반대한다면 현장에서 아기를 보호 조치할 권리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인이 사건'처럼 반복적으로 신고가 들어갔음에도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그 나이대 아기를 두고 서로 다른 주변인이 세 차례나 학대 신고를 했다는 것은 드문 사례인 만큼 처리 과정이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심리적 압박이 심하다는 이유로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APO 보직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굳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APO제도가 생긴 지 얼마되지 않았고 교육을 한다고는 하지만 전문가로 길러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면서 "APO가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 길게 근무하지 못하고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더 기피 부서가 될 것 같아 우려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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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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