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인이 추모 '열기', 또 얼마 지나면 잊히지 않겠나

2021. 1. 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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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 선물등이 놓여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에 대한 추모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정인아미안해’ 관련 게시물이 10만 건을 넘겼다. 양부모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23만 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그러자 정치인들이 앞다퉈 ‘정인아 미안해'에 동참하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추모 ‘열기'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이런 열기는 잠시 치솟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맣게 잊히고 아무 성과 없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동 학대와 그 대책이 그랬다. 9세 초등학생이 친부의 동거녀에 의해 여행용 가방 속에 7시간 넘게 갇혔다가 숨진 사건이 작년 6월 발생했다. 그때도 여론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아동 학대 대책이 많았지만 잘 작동이 안 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엄마 같은 마음으로 챙겨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총리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근원적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석 달 뒤 정인이가 죽었다. 가혹한 폭행이 장기간 상습적으로 이뤄졌지만 ‘근원적 대책'은 어디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다. 출동한 경찰은 그냥 돌아가기도 했다. 정인이 사건이 벌어지자 대통령과 총리는 또 “있을 수 없는 일” “충격적인 범죄”라며 마치 처음 벌어진 일인 양한다.

코로나 여파로 가족이 집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 학대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의 아동 학대 대책은 이번에도 ‘재탕’ ‘뒷북’이다. 국회도 아동 학대 관련 법안 90여 건을 뭉개고 있다가 부랴부랴 처벌을 강화하는 ‘정인이법’ 제정에 나섰다. 다람쥐 쳇바퀴가 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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