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개미가 황소 끌고 가는 코스피 3000

강경희 논설위원 2021. 1. 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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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코스피지수가 장중에 3000을 뚫었다. 한국 증시에 기념비적인 일이다. 코스피지수는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한다. 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가 3저 호황을 누리면서 코스피가 급등해 1989년 1000 고지를 뚫었다. 그때부터 18년 걸려 2007년에야 코스피가 2000에 도달했다. 거기서 3000까지 오는 데 근 14년 걸렸다.

▶1999년 초 현대증권이 “한국 경제를 확신합니다”라는 강렬한 문구의 TV 광고와 함께 ‘바이코리아' 펀드를 팔기 시작했다. 외환 위기 당시 200대까지 내려간 코스피지수가 다소 회복돼 500~600 언저리였다. 당시 현대증권 회장은 주부들을 모아놓고 “지금 주식 사면 부자 됩니다. 3년 내(2002년) 코스피가 3000 가고 2005년엔 6000 갑니다”라고 장담했다. 시중 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그해 말 코스피는 거침없이 상승해 1000을 돌파했다. 하지만 1년 뒤, 코스피는 반 토막 났고 바이코리아 펀드도 추락했다.

▶코스피 3000, 4000, 5000의 장밋빛 전망은 정치권에도 종종 등장했지만 실현된 적은 없다. 2007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는 “정권 교체가 되면 내년 코스피는 3000을 돌파할 수 있고, 제대로만 된다면 임기 5년 중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직전에는 박근혜 후보가 “5년 안에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5월에는 홍콩의 크레디리요네증권이 “2022년 코스피가 4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주가가 상승하는 강세장을 불(bull·황소) 마켓이라고 부른다. 코스피 3000 증시는 개미들이 황소를 끌고 가는 장세다. 코로나 쇼크로 작년 3월 코스피가 1500 밑으로 떨어졌는데 10개월 만에 2배로 오른 건 개인 투자자들 덕분이다. 미국의 개인 투자자를 ‘로빈 후드', 중국은 ‘청년 부추', 한국은 ‘동학 개미'라 부르는데, 각국 개인 투자자 중에서 동학 개미 성적이 지금까지는 앞서 있다.

▶작년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25조원어치씩 팔았는데 개미들이 47조원어치를 사들여 주가를 떠받쳤다. 놀랍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어제도 외국인과 기관은 무섭게 주식을 팔았다. 그래도 증시 대기 자금이 1년 전의 2배도 넘는 68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편에서는 ‘과열’ 경고도 나오기 시작한다. 실물 경제와 동떨어져 마냥 오르기만 하는 주식은 없다는 금언만큼은 잊어서는 안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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