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혈한 단장도 "김하성은 내야 주전감" 칭찬

양지혜 기자 2021. 1.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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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러 파드리스 단장 화상 회견

“A.J. 단장님이 엄청난 진심을 보여주셔서 샌디에이고를 선택했습니다.”

얼마나 열렬한 세레나데였길래,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단장의 진심’을 일곱 번 말했다. 6일(한국 시각) 입단식 대신 온라인으로 열린 한·미 기자단 화상 인터뷰에서다. 그는 입단 소감에서 “진심을 느꼈다”는 말을 반복했다. “팀의 우승이 목표이고, 가능하다면 신인왕도 해보고 싶습니다.” 김하성의 인터뷰를 참관한 박찬호 파드리스 특별 고문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왼쪽 사진)이 6일 한·미 기자단 화상 인터뷰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 사진은 파드리스 특별 고문 박찬호가 엄지손가락을 든 모습. 가운데는 파드리스의 A.J. 프렐러 단장. /줌 화면 캡처·AP연합뉴스

◇전교 1등 따라 한 답안지

A.J. 프렐러(44) 단장은 자신했다. “김하성은 내야 모든 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주전감이다. 그의 고교 성적부터 분석했고 KBO 리그 성장 과정을 쭉 지켜봤다. 매년 삼진 수가 줄고 배트 스피드, 투구 식별 능력 등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보며 믿음을 가졌다. 메이저리그 적응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모두가 그를 도울 것이다.” 단장 5개월 차였던 2014년 12월에 벌인 김광현과의 포스팅 협상은 흐지부지 끝났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프렐러는 김하성의 최고 매력이 ‘여러 포지션이 가능한 내야수’라고 강조했다. 파드리스 내야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유격수)와 매니 마차도(3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 에릭 호스머(1루수)가 버티고 있는 리그 최강인데 김하성을 추가했다. “작년 시즌은 60경기만 치르는 단거리 경주였지만, 올해는 162경기 장거리 마라톤이다. 누군가 다치거나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김하성은 내야 어디에서든 훌륭하게 뛸 수 있어서 큰 힘이 된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호흡을 맞춰보겠다”면서 ‘내야 5인 로테이션’ 가능성도 내비쳤다.

‘전교 1등' LA 다저스의 우승 답안지를 따라했다. 다저스는 키케 에르난데스, 크리스 테일러, 맥스 먼시 등 여러 포지션을 능히 소화하는 선수들을 활용해 지난해 우승 한을 풀었다. 파드리스는 다저스와 같은 반(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숙명을 이겨내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지난해엔 구단 역사상 최고이자 리그 2위 승률(0.617)로 1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다저스(0.717)엔 못 미쳤다.

◇인정사정 없는 ‘매드맨' 프렐러

2010년대 들어 데이터가 각광받으면서 메이저리그 단장직은 테오 엡스타인(보스턴 레드삭스·시카고 컵스 각각 우승)처럼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 젊은이가 맡는 게 대세가 됐다. 프렐러도 코넬대를 나왔고, 서른일곱이었던 2014년부터 파드리스 단장이다. 존 대니엘스(텍사스 레인저스 단장)와는 대학 때 3년간 룸메이트였다. 단장 부임 전엔 레인저스 스카우트로 지구 120바퀴 넘는 거리를 비행기 타고 다녔다.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에서 다르빗슈 유, 주릭슨 프로파, 루그네드 오도어 등을 직접 찍어 영입했다. 그가 있을 때 레인저스는 2010, 2011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라 월드시리즈 우승 근처까지 갔었다.

현장을 알기에 선수를 과감하게 데려오고, 내보낸다. 프렐러는 단장 부임 첫해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8번 감행해 후반기 반전을 일궜다. 이듬해엔 트레이드와 FA 계약으로 맷 켐프, 저스틴 업튼, 크레이그 킴브렐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대신 트레이 터너, 맥스 프리드, 야스마니 그랜달 등 팀의 ‘미래’를 포기했다. 한번 정한 목표를 위해선 물불 안 가리는 행보로 ‘미친 놈(mad man)’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15년 성적이 전년보다 더 좋지 않자 대어급 선수들을 곧바로 처분했다. 파드리스는 한동안 지구 4~5위권을 맴돌았다.

‘매드맨'이 다시 발톱을 꺼냈다. 5년 전과는 다르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육성한 유망주에 매니 마차도(10년 3억달러) 같은 거액 베테랑을 영입해 선수단 중심을 만들었고, 올 스토브리그에서 블레이크 스넬, 다르빗슈 유 등을 데려오는 대형 트레이드까지 감행했다. 팬그래프닷컴이 전망한 2021시즌 팀 예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파드리스(43.7)가 다저스(44.3)에 이어 전체 2위다.

임기를 2년 남겨놓은 매드맨이 집필 중인 우승 시나리오에서 김하성이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빠른 적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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