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27년만에 로고 교체.. "이젠 모빌리티기업"
'영감을 주는 움직임' 슬로건도 바꿔.. 사명서 '자동차' 빼는 방안 유력 검토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 등 미래 이동 서비스 육성 의지
기아차는 6일 오후 7시 새 로고를 유튜브와 자사 홈페이지에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쓰던 타원형 기존 로고는 옛 기아그룹 시절인 1994년부터 사용했다. 기아차는 서울 서초구 헌릉로 본사를 비롯한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 바뀐 로고를 내건다. 완성차에는 올해 새로 선보일 K7과 스포티지 완전변경 모델부터 부착된다.
○ 현대차그룹 출범 후 첫 로고 교체
이번 로고 교체는 2000년 현대자동차그룹 출범 이후 완성차 주력 계열사로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999년 현대그룹 시절 기아차를 인수할 때부터 이제까지 로고, 사명에 손을 대지 않았다. 간판을 바꾸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기존 고객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전 로고가 부착된 차량이 한순간에 구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아차는 모험을 선택했다. 기아차 측은 “기존 자동차 사업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 관점에서 끊임없이 선보이기 위한 작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로고 변경에는 회사의 중장기적 전략을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기아차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뼈대) ‘E-GMP’를 토대로 만든 ‘CV(프로젝트명)’를 올해 선보이는 걸 시작으로 전용 전기차 7종 등 전 차종에서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과 모빌리티 전문 기업 ‘퍼플엠’을 설립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차량 공유에 나서고, 국내에서는 차량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차량 호출 업체에 전기차를 공급했다.
로고와 함께 새 슬로건 ‘무브먼트 댓 인스파이어스(Movement that inspires·영감을 주는 움직임)’도 이날 공개했다. 세계 각지에서 지역 특성을 살려 단순히 완성차를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파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주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
기아차의 이런 움직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해 거둔 탄탄한 실적이 바탕이 됐다. 무엇보다 자동차 판매에서 선방했다. 기아차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58만6105대로 2019년보다 4.7% 줄어드는 데 그쳤다. 미국에서 도요타 등 일본계 6개사 판매가 17.1% 감소하고 제너럴모터스(GM)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각각 11.8%, 17.4%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 제품군 구성이 기아차 실적 방어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기아차는 미국 전용 대형 SUV 차종 텔루라이드와 셀토스의 월간 판매 기록을 갈아 치우며 지난해 12월에 전년 동월보다 판매량이 4.9% 늘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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