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정부, 53명 국가전복 혐의 체포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1.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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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경찰 1000여명 동원… 野대표·美변호사 등 잡아들여
홍콩 경찰이 6일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야권 활동가인 벤 청(가운데)를 체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홍콩 당국이 지난해 입법회(의회 격) 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 후보를 뽑는 예비 경선을 연 야당 대표 등 53명을 6일 체포했다. 이들에겐 홍콩 국가보안법상 ‘국가 전복’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6월 중국이 홍콩 내 반중(反中)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을 시행한 후 최대 규모의 체포다.

스티브 리(李桂華) 홍콩 경무처 국가안전처 선임경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1000여 명을 동원해 53명을 체포하고 72개 장소를 수색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또 야권 변호를 담당했던 법률사무소, 야권 성향의 언론인 ‘빈과일보’ ‘스탠드 뉴스' 등에 대해서도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체포는 이날 새벽부터 진행됐다. 우치와이(胡志偉) 전 민주당 주석 등 중국에 비판적인 민주당, 공민당 정치인들이 자택에서 체포됐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지미 샴(岑子杰) 구의원, 2014년 우산혁명(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을 주도했던 베니 타이(戴耀廷) 전 홍콩대 교수도 체포됐다. 미국 국적인 존 클랜시 변호사도 국가 전복 혐의로 체포됐다. 클랜시 변호사는 야당 선거 지원 단체의 회계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전복죄는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홍콩 경찰은 체포된 인사들이 홍콩 야당의 선거 운동인 ‘35 플러스', 반중 운동인 ‘람차우(攬炒·소란을 일으킨다는 의미) 홍콩'과 관련됐다고 했다. ‘35 플러스'는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던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진행한 선거운동이다. 홍콩 입법회는 총 70석이다. 홍콩 야권은 의석수 ’35+알파'를 목표로 입법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둬 홍콩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예비 선거를 했지만 홍콩 정부는 코로나를 이유로 입법회 선거를 올 9월로 1년 연기했다.

홍콩 당국은 야권 예비 선거가 정부 전복 계획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존 리(李家超) 홍콩 보안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체포된 인사들은) 입법회를 장악해 홍콩 정부의 기능을 전복, 방해하려는 범죄에 연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호 파괴를 향한 10단계 계획’을 언급했다.

상호 파괴 10단계는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가 제시했던 ’2020~2022년 시나리오'다. 예비 선거를 통해 붐을 일으킨 야당이 입법회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해 정부 예산안이 부결되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퇴,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국제 제재가 강화돼 중국과 홍콩 양쪽이 모두 피해를 입는 내용이다. 리 국장은 “이런 계획이 성공할 경우 사회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경찰이 오늘 행동에 나서야 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홍콩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정부가 민의에 반해 홍콩보안법을 만능키처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홍콩 야당 정치인 상당수는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 홍콩보안법으로 유죄를 받은 사람은 홍콩 내 모든 선거에 출마할 수 없고 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못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에 지명된 토니 블링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범민주 진영 활동가들의 대대적 체포는 보편적 권리를 지지해온 이들에 대한 공격”이라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중국의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홍콩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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