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핀란드 '칠드런 오브 보돔'.. '멜로딕 데스 메탈' 의 유혹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립공원 관리직의 업무 중 75%가 숲속에서 앨범 표지 사진 찍다가 길 잃은 메탈 밴드 구출하기.
1997년 데뷔한 그룹 '칠드런 오브 보돔'은 나이트위시, 아모르피스와 핀란드 최고의 메탈 수출 역군 자리를 다툰다.
그래서인지 칠드런 오브 보돔의 앨범 표지 모델은 대개 그림 리퍼(Grim Reaper·서구식 저승사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hildren of Bodom 'Silent Night, Bodom Night'
(1999년)
지금껏 북유럽 출장, 아니 북구 원정을 세 차례 갔다. 2017년 헬싱키의 하룻밤 일정만은 시내의 록 바 ‘더 리프’를 찾는 것으로 예약했다. 벽과 철장에 쇠사슬과 메탈 포스터가 가득한 것만 뺀다면 서울 홍익대 앞 느낌과 대동소이한 이 바의 뒤쪽에 숨은 ‘헤이트 라운지’를 순례하기 위해서다. 화장실 가는 척하며 들른 그 라운지의 문 앞엔 저 유명한 정중한 안내 문구가 걸려 있었다.
‘이 테이블은 오늘부터 2666년까지 칠드런 오브 보돔에게 예약돼 있습니다. 녀석들이 (헬싱키에) 돌아와 있을 때는 꺼져주시기 바랍니다.’
1997년 데뷔한 그룹 ‘칠드런 오브 보돔’은 나이트위시, 아모르피스와 핀란드 최고의 메탈 수출 역군 자리를 다툰다. 죽음과 멜로디라는 이율배반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한 ‘멜로딕 데스 메탈’ 장르의 고산준봉. 데스 메탈의 질주감, 그루브 메탈의 리듬감, 클래식처럼 아름다운 멜로디가 함께 분출하는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러닝머신의 가속 버튼을 누르게 된다. 스웨덴의 ‘아치 에너미’와 함께 가히 익스트림 메탈계의 선율 천재, 어둠의 비틀스라 부를 만하다.
독특한 팀명은 이들의 출신지인 핀란드 에스포시(市)에서 가까운 ‘보돔 호수’에서 따왔다. 영국에 ‘잭 더 리퍼’가 있다면 핀란드의 대표 미제사건은 ‘보돔호 살인사건’이다. 1960년, 호숫가에서 야영하던 10대 남녀 넷이 무참히 살해됐는데 범인은 아직도 안 잡혔다.
그래서인지 칠드런 오브 보돔의 앨범 표지 모델은 대개 그림 리퍼(Grim Reaper·서구식 저승사자)다. 긴 망토 차림에 커다란 낫을 든 그는 호수의 얼굴 없는 살인마를 향한 살벌한 경고 같다.
밴드의 리더 알렉시 라이호가 지난해 12월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5일(현지 시간)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41세. 저 야속한 ‘리퍼’는 애먼 사람을 먼저 데려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실물 꽁꽁, 증시만 활활 ‘데자뷔’… 2007년 유동성 장세와 닮은꼴
- 똑똑해진 개미들이 밀어올리고, 코로나 이겨낸 기업들이 떠받쳤다
- ‘삼천피’ 찍은 날, 함께 울린 경보음
- 차화정→BBIG… 주력 산업 ‘세대 교체’
- 세계증시도 활황… 백신성패 따라 ‘더블딥’ 올수도
- “한국과 선박 협상 안해” 강경한 이란… ‘동결자금부터 해결’ 속셈
- [김순덕 칼럼]‘펜트하우스’ 뺨치는 막장의 정치
- 雪雪 긴 퇴근길… “20분 거리, 2시간반 걸렸다”
- ‘보건 독재’ vs ‘방역 우선’ 佛코로나 백신 갈등
- 실속 챙기고 인권 외면한 여성계 거물[오늘과 내일/이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