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례적 경제실패 인정.. "5개년 목표에 엄청나게 미달"

권오혁 기자 2021. 1.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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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당대회서 강조
당 최대 행사서 핵 성과 과시 대신 "최악중의 최악으로 난국 계속"
전문가 "제2의 고난의 행군 징후"
새 5개년 계획 '자력갱생' 이어갈듯.. 검열조직 신설해 대대적 처벌 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개막한 8차 당 대회에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에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경제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노동당 최대 정치 행사이자 성과를 과시해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경제 실패를 이례적으로 강조한 것은 대북 제재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수준으로 경제 성장률이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 경제 실패 자인한 김정은, 대대적 처벌 예고

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대회 개회사에서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은 우리 혁명의 전진에 커다란 장애를 몰아왔다”고 밝혔다.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존재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와 수해·태풍 피해, 대북 제재라는 삼중고를 경제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삼중고의 여파로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북한의 경제난은 극도로 악화됐다. 대북 제재로 수출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지원자인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의 무역, 지원까지 막히자 중국의 수입재·자본재에 의존하던 북한 내 산업들이 잇따라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해로 비료 공급이 원활치 못해 농업 생산량도 급감했다. 이에 따라 당 대회 전 진행된 ‘80일 전투’도 방역과 수해 복구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 상황은 김정일이 1998년 공식 집권한 이래 지난해가 최악”이라며 “무역과 산업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면서 ‘제2의 고난의 행군’ 수준으로 경제 성장률이 후퇴할 징후도 보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존하는 첩첩난관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고도 말했다. 삼중고로 인한 국제적 고립 때문에 외부 투자와 기술 도입이 불가능한 만큼 내부 자원과 노동력을 총동원하는 고육책의 자력갱생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6일 발표한 것으로 보이는 향후 5년간 경제발전 계획에 이런 방향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경제 실패를 현장 간부들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대대적인 처벌이 있을 것임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해 실태를 파악하고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비롯해 그 진상을 빠개놓고 투시했다(조사했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새 검열조직을 만들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교체라는 물갈이의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 핵·미사일 과시는 빠진 개회사

정부는 김 위원장이 개회사에 핵과 미사일 개발 성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주변국을 의식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5년 전 7차 당 대회 개회사에서 광명성 4호로 불리는 장거리 로켓과 첫 수소탄 실험 성과를 과시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 다만 “조국과 인민의 운명을 세세연년 믿음직하게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담보를 마련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 중 ‘강력한 담보’는 전략무기를 암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6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도 발표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북한 매체들은 아직 당 대회 이틀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조국통일 위업과 대외관계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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