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였다 하면 주식 얘기"..온 국민이 동학개미
사흘간 외국인·기관 매물 받으며 하락 방어 톡톡
조정이 매수 기회 될까..다시 상승 견인 기대도
[이데일리 이지현 이슬기 기자] 서울에 사는 한선희(61)씨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열패감을 느꼈다. 지인들이 주식시장 상승장에서 적게는 천만원대, 많게는 억대의 부를 늘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껴져 우선 집에 있는 컴퓨터에 HTS(Home Trading System)부터 깔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지수(38)씨는 지난 3월 주식 급등락을 지켜보다 유료 투자정보방에 가입했다. 월 20만원씩 내며 기업분석, 투자 정보를 받고 월 5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유씨는 “이 방에서 한 달 만에 반년치 회비를 벌어가는 사람도 있다”며 “나도 그런 꿈을 안고 추천종목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코스피시장이 2500선에 안착한 이후 날마다 상승하며 이날 3000선을 터치했다.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있지만, 저금리에 부동산 투자도 막힌 상황에서 유일한 투자처로 부각되며 개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관심은 유동성으로도 확인된다.
투자 늘리는 개미들…예탁금 69조 사상 최대치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69조440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998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전날 대비 1조1536억원이 증가했다.
빚까지 끌어서 투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같은 날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하루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며 전 거래일보다 2718억원 증가한 19조62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신용거래융자가 9조 2133억원에 불과했단 점을 감안하면 일 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런 자금은 증시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 새해 첫날 코스피에서만 1조원대를 순매수했던 개인은 5일 7284억원, 6일 1조7293억원어치를 담았다. 사흘 동안 개인이 코스피에서 사들인 것만 3조4887억원에 이른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우고 있는데도 개인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늘리며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3027.16까지 오르며 장중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개인이 코스피시장에서 매수한 것만 47조원 규모로 이 중 81%가 대형주”라며 “팔지 않고 계속 사고만 있기 때문에 줄어든 물량을 가지고 매매공방을 펼치다 보니 조금만 사도 주가가 확 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이 너무 급하게 들어와서 매수 강도가 약해질 순 있어도 다시 상승국면 만들어간다면 대형주가 하루 10%씩 움직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3000선 끝이 아닌 시작…매수 기회”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5%, 22.36포인트 내린 2968.21로 마감했다. 연일 이어진 상승 피로감에 쉬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3000 돌파를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상승 여력이 더 남았다고 본 것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과거 9주 이상 연속 상승 이후 쉬었다 갈 경우 강한 2차 상승추세가 전개됐다”며 “단기 조정 없이 오버슈팅이 강해질 경우 추세 반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코스피는 쉬어야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쉬어갈 때를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봤다. 이동호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완화될 확률이 여전히 높고 이에 따라 경기 지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정책 당국이 경제 정상화를 위해 확장적 정책 기조를 계속 이어가고 금리상단도 정책적으로 제어할 확률이 높다. 유동성 또한 상당기간 풍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조정 발생 시 이를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지수 보다 업종별, 테마별 변화가 이어지는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 첫째 둘째 주는 제약, 바이오 및 IT 소재, 장비, 부품 업종, 셋째 주는 그린 테마 관련주, 넷째 주는 대형주 실적에 주목할 것”이라며 “2700~2950선 내외의 등락을 펼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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