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코로나와 낮술 금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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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년 경연청의 검토관(정6품) 조명겸이 영조에게 아뢴다.
"듣자 하니 성상께서 술을 끊을 수 없다고 했다면서요. 과연 그렇습니까. 조심하시고 경계하소서." "아니다. 난 목마를 때 오미자차를 마시는데, 아마도 남들이 그걸 소주라고 잘못 생각한 것이겠지." 영조가 쩔쩔매면서 변명을 해댄다.
전남 순천시가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내놓은 낮술 금지령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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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는 이토록 애주가였지만, 흉년이면 어김없이 금주령을 내렸다. 궁중 제사에도 술 대신 차를 올리게 했다. 명을 어기면 외딴섬에 귀양을 보내고 심지어 사형까지 시켰다. 영조뿐만 아니라 태종, 성종 등 조선시대 왕들은 틈만 나면 금주령을 내렸다.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서 ‘금주령’을 치면 175건의 기사가 뜰 정도다. 그러나 금주령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1433년 이조판서 허조의 금주령 건의에 세종이 “엄금한다고 되는 것이냐. 막지 못할 것”이라고 난색을 표할 정도로 금주령을 어기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 러시아, 이란 등의 금주령도 부작용이 속출했다. 미국은 1920년부터 금주령을 내렸으나, 단속을 피해 몰래 운영되는 술집이 성행했다. 간판 없이 단골들만 받았다. 합법적으로 술을 마시러 교회에 가는 사람도 늘었다. 미국 성찬식 포도주 소비량이 1922년 214만 갤런에서 2년 뒤 300만 갤런으로 급증한 게 그 증거다.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 펼친 금주 조치도 실패했다. 보드카값을 올리고 생산량을 줄였지만 알코올 중독은 오히려 늘었다. 이란 역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술을 금했지만, 음주 인구는 매년 늘었다.
전남 순천시가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내놓은 낮술 금지령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순천시는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식당에서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 판매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공직사회에 낮술 금지령이 내려진 적이 있지만, 일반 식당에서 낮술을 팔지 못하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일부 식당이 오전 5시부터 ‘꼼수 술장사’를 한 게 이번 금지령을 촉발했다. 낮술 금지령을 발표하자 반발과 공감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이슈로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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