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인구 감소 지켜만 볼 건가

채희창 입력 2021. 1. 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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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데드 크로스' 첫 발생 충격
"40년 후엔 인구 반 토막" 경고
200조 쓴 저출산대책 약발 없어
심각성 깨닫고 총체적 대응해야

‘회색 코뿔소’(Grey Rhino)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뻔히 보이지만 멀리 있는 위험이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다.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경고로 이미 알려진 위험 요인들이 빠르게 나타나지만 신호를 무시하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다. 회색 코뿔소가 가까이 달려올수록 대처 비용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새해 벽두부터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인구 감소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행정안전부가 3일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수는 5182만9023명으로, 전년 대비 2만838명이나 줄었다. 지방의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1962년 주민등록제도 도입 이후 인구가 줄어든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지방에서 ‘농촌 소멸’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소멸론’이 제기될 판이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출생아의 현격한 감소다. 지난해 신생아는 27만5815명에 그쳤다. 2017년 처음 40만명 미만으로 떨어진 뒤 불과 3년 만에 20만명대로 급락했다. 출생아가 사망자(30만7764명)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 당초 정부의 예측보다 무려 9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가 늘어 내년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최악 전망(0.72명)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5년 20%, 2036년 30%, 2051년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은 2043년 36.40%까지 치솟아 일본(36.35%)마저 넘어선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2067년에는 노인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까. 한국경제연구원은 40년 후인 2060년 우리나라 인구가 현재의 5000만명에서 2500만명 이하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산가능인구는 48.1%, 현역 입영대상자는 38.7%, 학령인구는 42.8%나 감소한다. 국방력 저하, 노동력 부족 등 국가의 근본 토대가 흔들리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크다. 인구가 감소하면 경제 활력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세금 낼 사람이 줄어 세수가 감소하면 정부는 빚을 내서 나라 살림을 꾸려야 한다. 소수의 젊은 층이 마련한 연금과 복지 재원으로 다수의 노령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국운이 기울 수밖에 없다.

기존 저출산대책으론 속수무책이다. 정부가 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든 게 2005년이다. 그때부터 쏟아부은 예산이 200조원을 넘는다. 영아수당, 육아휴직, 무상교육 등 온갖 정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25년까지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196조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했다. 재정을 퍼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이미 입증됐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저출산 극복 의지가 너무 미온적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슬그머니 접고, 긴 호흡으로 출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말이 좋아 삶의 질 개선이지 마땅한 대책이 없어 손을 든 것이나 다름없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재정·납세·병역 문제 등 미증유의 사태가 예고됐지만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는 듯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 전략 없이는 인구 감소 시대가 초래할 재앙을 피할 수 없는데 말이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젊은이들이 취업, 거주, 육아, 자녀교육에 부담이 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집값이 안정되고, 여성 차별이 사라져야만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노동·교육·여성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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