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2021년 우리의 민주주의

장혜진 입력 2021. 1. 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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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번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1996년 발간한 '북한 사법제도 개관'의 한 대목이다.

최규환 연구관은 이 연구논문에서 "현행 헌법의 민주주의 역시 다수의 지배 관념을 갖고 있지만, 그 지배 속에서도 소수는 권리를 향유하며 국가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서 소수는 그러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서로 다른 두 민주주의의 차이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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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지배 속에서도 소수 보호 위해 사법독립 지켜져야

① “권력에 대한 법의 우위성을 부정하고, 합법성보다는 합목적성을 중시”

② “정치·경제·사회적 목적을 법적 안정성, 법적 절차보다 훨씬 우위에 두는 것”

③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행사에 대한 제한이나 권력분립 원칙에 따른 제한에 회의적”

1, 2번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1996년 발간한 ‘북한 사법제도 개관’의 한 대목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법의 개념과 구소련이 사회주의혁명에 법치주의 이론을 결합해 만든 ‘혁명적 적법성’을 각각 설명하고 있다. 3번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2017년 펴낸 ‘사회주의 이론을 통해 본 북한 헌법(최규환 연구관)’에서 발췌한 사회주의 헌법에 대한 분석이다.
장혜진 정치부 기자
사회주의 국가에도 민주주의는 있다. 다만 국가권력이 작동하는 틀인 법을 통해 이를 제한해야 한다고 보는 자유민주주의와 달리, ‘사회주의식 민주주의’는 법에 앞서는 권력을 상정한 다음 그 권력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법을 바라본다. 법은 지배계급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형식이자 수단이다. 결국 “권력에 대한 법의 지배(rule of law), 법의 우위, 법의 자율성, 절차적 정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삼권 분립은 최고 권력기관을 정점으로 하는 ‘삼권 분업’이 된다.

최규환 연구관은 이 연구논문에서 “현행 헌법의 민주주의 역시 다수의 지배 관념을 갖고 있지만, 그 지배 속에서도 소수는 권리를 향유하며 국가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서 소수는 그러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서로 다른 두 민주주의의 차이를 설명한다. 우리 헌법상 소수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 기관은 사법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을 겨냥해 “도구를 쥐여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스스로 만든 권한처럼 행사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을 우려하며 “각각의 구성원과 기관들이 끊임없이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냥 쉽게 무너져 내린다. 지금 검찰과 법원이 서슴없이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징계위원회의 기피 결정이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법원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법원을 판단자가 아닌 일방 당사자로 규정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민이 선출한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과 법원이 민주주의를 위기에.”(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 수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민주당 윤건영 의원) 현 여권 인사들의 민주주의 관련 발언들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집권세력의 비난에 대해 어느 법학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녀사냥’을 예로 들며 반문한다. “작은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억울하게 마녀로 몰려 재판을 받는데, 판사들이 마을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다면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혹시 다음 선거에서도 선출돼야 하니 다수의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판결하지 않을까?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만약 삼권을 모두 장악한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든, 언제든, 정치적 소수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법부만큼은 특정 시기의 집권세력과 이를 지지하는 다수 여론으로부터 독립성을 갖도록 한 것이다. 헌법제정권자의 의지라는 설명이다. 2021년,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인가.

장혜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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