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경제목표 엄청나게 미달"..전례없는 '실패' 인정

이제훈 2021. 1. 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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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통해 밝혔다.

김 위원장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보면,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이자 근심거리는 '경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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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8차 당대회 발언
최고지도자 '목표 미달' 언급 파격
미국 제재 등 외부 탓하기보다
"주체 역량 백방으로 강화" 강조
노동신문에 중국 축전 대서특필
대중 협력 통한 전략적 대응 주목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지난 5일 평양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주석단 사진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파란색 동그라미)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통해 밝혔다.

김 위원장은 <노동신문> 6일치 2면에 실린 4400자 분량의 개회사에서, 2016년 5월 노동당 7차 대회 이후 5년간을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에 비유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당 7차 대회 이후 조국과 인민의 운명을 세세연년 믿음직하게 수호할 강력한 담보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29일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등을 염두에 둔 평가다. ‘핵’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표현법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보면,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이자 근심거리는 ‘경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7차례에 걸친 이전의 조선노동당 대회에선 최고지도자가 ‘목표 미달’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개회사의 “엄청나게 미달”이라는 표현은 파격적이다. 김 위원장 특유의 ‘솔직 화법’ ‘실용주의 리더십’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 경제의 후퇴는 예견된 일이다. 미국·유엔의 고강도 장기 제재에 더해 2020년 ‘초대형 돌발 악재’인 코로나19와 여름철 수해라는 ‘3중고’가 북한 경제를 뿌리부터 흔든 탓이다.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취약한 보건의료 기반 탓에 장기 국경 폐쇄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북한 경제의 외부 생명선’으로 불리는 북-중 무역을 지난해 10월 이후 ‘0’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중국은 북한 대외무역의 98%를 차지한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경제의 3대 성장축’ 구실을 해온 “시장화 진전~북-중 무역 확대~국영제조업 회복”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 불능”에 빠진 듯하다는 진단도 있다.

개회사만 놓고 볼 때, 김 위원장은 ‘경제 실패’의 주된 원인을 북쪽의 전통적 수사법인 “미제와 남조선의 적대시 고립말살 정책”에서 찾으려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전진을 방해·저애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존재하고 있다”며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원칙”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당대회 소집 결정 이후 넉달 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했다”거나 “지난 5년간의 당 재정사업을 분석총화하고 개선 대책을 연구했다”고 밝힌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7차 당대회에서 “항구적 전략 노선”이라 규정한 “자강력 제일주의”에 따른 자력갱생식 난관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김 위원장의 처방이 사상만을 강조하는 ‘주의주의’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공산당 중앙위 축전” 전문이, 당대회 첫날 소식을 전한 <노동신문> 6일치 5면 전체에 실린 사실은 곱씹어볼 만하다. 축전은 “중국 측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데 새롭고 적극적인 기여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북-중 관계 강화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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