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에 1조1000억원 규모 '광폭 투자'
현지법인 '친환경 채권' 발행 조달
ITC 최종선고 앞 '일종의 압박'
[경향신문]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현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친환경 채권’을 발행해 약 1조1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법인이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발행 가능한 특수목적 채권인 ‘그린본드’를 이달 중 발행하고,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한 채무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LG화학과 벌이고 있는 소송전이 장기화함에 따라 ‘더 이상 투자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연말 이사회를 열어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제2공장 건설 투자금을 1조900억원(약 9억8600만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통해 조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채무보증으로 자회사인 SK배터리아메리카가 발행해 확보하는 자금은 지난해 상반기 착공한 조지아 2공장 건설에 투입된다. 조지아 2공장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11.7GWh 규모에 이르며 건설비는 총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로 추산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SK배터리아메리카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미 8944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그린본드 발행으로 나머지 비용을 충당한다.
연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9.8GWh 규모의 조지아 1공장은 올해 상반기 시험생산을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2공장이 양산에 들어가는 2023년에는 조지아 1, 2공장 합계 생산능력이 연간 21.5GWh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43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바탕으로 2025년에는 현재의 5배 수준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 선두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10일인 소송 선고일을 한 달 앞두고 1조원에 달하는 투자 집행을 한 것을 두고 ‘SK의 대마불사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만약 ITC가 최종 선고에서 자사의 조기패소를 결정한 지난해 2월 예비판결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사실상 미국 내 판매 길이 막힌다.
하지만 현재 조지아주에는 SK이노베이션 공장뿐 아니라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공장까지 속속 신설 중에 있다. 그만큼 지역경제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SK공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종 선고를 앞둔 ITC와 미 행정부·정치권에는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미 발표된 공장 건설 계획에 따라 파이낸싱의 한 방법으로 그린본드 발행을 결정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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