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재발방지·쇄신" 전격 사과에도.."사후약방문" 여론 싸늘

황덕현 기자 2021. 1. 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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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첫해부터 경찰 불신 고조에 수장 결국 사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1.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입양 전 이름)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대한 지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경찰 대응체계 쇄신도 약속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첫해부터 경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격화하자 서둘러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 청장은 6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13일 서울 양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하여 숨진 정인양 명복을 빈다"며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배우 이영애가 5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아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경찰의 대응체계 쇄신도 약속했다. 김 청장은 "국민 생명·안전,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지휘관(각 서장)이 직접 관장하도록 해서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양천경찰서장은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명확한 지침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는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직접 지휘관에게 보고하도록 방침을 바꾼 것이다.

김 청장은 "앞으로 아동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복신고가 모니터링되도록 아동학대 대응시스템을 개선해 조기에 피해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아동학대 조기 발견 및 보호·지원과 학대수사 업무가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국가수사본부와 시·도 자치경찰 간 협력체계를 공고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모든 아동학대 의심사건에 대해 학대혐의자의 정신병력·알코올 중독과 피해아동의 과거 진료기록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문성과 인권감수성을 바탕으로 학대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인이 양부모의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사망사고를 막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정인이 사건을 맡았던 경찰 관계자에 대한 진상조사도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청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 담당 관계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앞서 1, 2차 신고사건 담당자인 경찰 관계자들은 '주의'나 '경고' 등 경징계를 받은 상태다. 3차 신고 사건 담당자는 징계위를 기다리고 있다. 양천서장은 징계처분을 받지 않았지만 대기발령됐다.

경찰 수장이 대국민 사과문과 재발방지책을 내놓은 것은 수사권 조정 첫해부터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예년과 위상이 달라진 상황이다.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였지만 '뒷북 사과·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0월께 처음으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당시가 아닌,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김 청장 사과 이후 '대기발령은 눈 가리고 아웅' '천안 아동학대 사건 이후 경찰이 변한 게 없다' 등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1.1.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한편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은 서울남부지법에서 13일 열릴 전망이다.

법원은 구치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등 우려 등으로 인해 청사 내에 중계법정을 마련하고, 재판 과정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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