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 밑반찬 준비"..서울시, 임신부에 '불편한 조언'

이가혁 기자 2021. 1. 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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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사를 여성 의무로만 여겨" 비판 일자 삭제

[앵커]

'입원하기 전에 밑반찬과 남편의 속옷, 양말을 미리 챙겨놓을 것', '집안일을 미루지 말고 바로 하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서울시가 홈페이지를 통해 임신부에게 조언한 내용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게 아니라면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이 쓴 건지 의심됩니다. 논란이 되자 뒤늦게 글은 삭제됐습니다.

이가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홈페이지.

35주 차 임신부가 꼭 알아둘 내용으로 이런 게 나옵니다.

입원하기 전 가족을 위한 배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화장지, 치약 같은 생필품 남은 양을 점검해 남아있는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라. 즉석 카레, 국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준비해두면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등을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하라고 조언합니다.

돌봄노동과 집안일을 여성만의 의무사항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 인식, 이 홈페이지에 더 있습니다.

임신 19주차,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하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임신 22주차, 체중 조절을 강조하며 "결혼 전 입던 작은 옷을 보며 자극을 받으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2021년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이러니 결혼이나 출산을 안 하려는 거다" 비판이 커졌습니다.

그제서야 서울시는 문제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서울시는 "2019년 6월 홈페이지를 열 때 보건복지부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홈페이지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실수"라고 설명했습니다.

복지부는 2013년 최초 작성된 이 내용을 2019년 문제가 된다고 판단해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삭제되기 전 이미 이를 복사해간 서울시는 최근까지 그대로 남겨뒀던 겁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임신·출산·육아 관련 정보에 부적절한 내용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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