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 대회서 경제실패 자인한 북, 대미관계 전향적 태도 보여야
[경향신문]
북한의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개막됐다. 노동당 영도체제인 북한에서 당 대회는 전반적인 정책 기조를 공식 승인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결함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국가행사에서 스스로 경제 실패를 인정하면서 그 해결책 마련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 만큼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남북, 북·미관계 등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 위원장이 경제발전 목표를 강조하면서 ‘엄청나게’라는 표현으로 경제난을 인정한 점이다. 또 “도전은 내부에도 존재하고 있다”며 실패 원인을 안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요해 검열소조’를 만들어 노동자, 농민, 지식당원들의 의견을 듣는 등 현장실태를 점검했다고 했다. 북한이 당 대회 참석자 중 행정·경제부문 종사자와 생산 현장 근로자 출신 당원 수를 2016년 제7차 당대회 때보다 거의 2배 늘린 것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경제 실패를 인정하고 내부를 점검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한의 경제 발전은 어렵다. 지금 북한의 경제 위기도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에 따른 제재 유지와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지난해 여름 수해까지 겹친 결과이다.
김 위원장이 진정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대외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김 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핵문제 등에 대한 진전된 태도가 확인된 뒤에야 북한과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드시 지양해야 할 것은 북한의 모험적 행동이다. 혹여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력시위를 한다면 고립과 경제난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북측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백신 등을 놓고 남북이 협력할 수도 있다. 당 대회 폐막과 함께 밝힐 향후 5년간 대외 정책과 국가경제발전 계획에 이런 내용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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