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뒤늦게 '아동학대 예방' 법안 쏟아내며 입법 추진
몰아치기 대응에 '부실' 우려
[경향신문]
여야가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예방 관련 법안을 쏟아내며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 법안들 처리를 미뤘다가 시민들의 분노에 편승해 뒤늦게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비치면서다. 법조계에서는 여론을 의식한 ‘초단기 법안 심사’가 ‘부실 법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인이 사건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지난 2일부터 6일 현재까지 국회에는 10여개 법안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노웅래 최고위원과 강훈식·권칠승 의원 등이, 국민의힘에선 김용판·김병욱·김정재·김성원 의원이 각각 법안을 내놨다. 주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이나 신고 및 보호, 수사 관련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미 계류돼 있던 법안들 중 여야 이견이 적은 법안들은 8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친권자의 ‘징계권’을 삭제하거나 보완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7건, 학대가 의심되는 가해자로부터 피해아동을 분리하는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2건에 대해 심사를 시작했다.
정치권이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나섰지만 시민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법안이 이미 해를 넘긴 바 있는데, 국회가 뒤늦게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나온 법안들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들을 ‘패키지’로 발의하며 ‘정인이법’이라고 명명해 홍보하기도 했다.
신속한 처리를 하겠다곤 했지만 미뤄왔던 법안들을 단 이틀간의 심사를 거쳐 입법하겠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법정형을 너무 높이면 법정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쉼터’ 등의 피해아동 수용 능력이 제도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실 수사를 한 경찰에 대한 개선 방안 등이 없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론 잠재우기식 ‘무더기 입법’으로 혼란만 일으키지 말고, 아동을 위한 최우선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정인이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몰아치기’식 대응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위는 이날 보건복지부로부터 정인이 사건에 대한 긴급보고를 받았고, 행정안전위는 7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을 대상으로 현안 질의에 나선다. 여성가족위는 같은 날 경기 양평에 있는 정인이 묘지를 찾아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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