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부구치소 소송 변호사 "정부도 집단감염 예측했을 것"

조유미 기자 2021. 1. 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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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이 6일 법무부를 상대로 방역 소홀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은 변호사를 통해 이날 오전 11시쯤 1인당 1000만원씩 총 4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동부구치소 폐쇄회로(CC)TV에 대한 증거보전도 신청했다.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후, 수용자들이 제기한 첫 국가 상대 소송이다.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를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곽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연합뉴스

Q. 소송을 어떻게 맡게 됐나?

A. 이번에 고소장을 낸 4명의 수용자는 수감 전부터 내가 사건을 맡았던 의뢰인이다. 현재는 일부 이감된 상태지만, 알려진 것처럼 이 분들은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과 본인을 중심으로 의견이 모였고, 안타까워 나도 소송을 맡아 진행하게 됐다.

Q. 소송 목적은?

A. 수용자와 수용자 가족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다. 가족을 국가에 맡겨 놨는데, 덜컥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가족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조차 없지 않았나. 수용자들이 국가배상 소송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주변에 확진자는 우후죽순 늘고 있는데, 밖에 있는 가족들과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두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긴다고 해도 배상 금액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변호인 접견도 힘들어졌다. 자신의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변호인과 소통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것도 되지 않았다.

Q. 수용자들이 추가로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은?

A. 현재로선 크게 없다. 처음부터 수십~수백명을 모아 소송할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우선 수용자들은 구속된 상태다. 때문에 소송 의사가 확산되기도 쉽지 않다고 본다. 우선 ‘파일럿 소송’ 형태로 추이를 볼 예정이다.

Q. 소송을 진행하는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A. 소송도 소송이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제일 우려된다. 수용자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이건 수용자도, 수용자 가족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추가로 수용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기 때문에 이 소송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염려하고 있다. ‘괜히 형사 소송을 진행했다가, 본래의 형사 재판에서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Q. 구체적인 소송 청구 사유는?

A. 크게 수용자에 대한 마스크 미지급, 확진자와 일반 수용자 간 격리 조치 미흡, 구치소 내 과밀수용 방치 3가지로 볼 수 있다.

Q. 소송 쟁점은?

A. 정부가 구치소 내 확산 사태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가 가장 큰 쟁점 아닐까. 막을 수 있었던 부분이었는지. 지금이 코로나 확산 초기 시점이었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국면에 접어든 지금 다중밀집시설이나 대중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코로나 확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건 주지의 사실 아니냐. 마스크 착용을 하고, 확진자와 격리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천지 사태 때 국가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보면, 동부구치소 내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국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본다.

Q. 결국 국가 책임이 있다는 건데

A. 물론이다. 특히 구치소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일반 사람들은 사회에서 자유롭게 마스크를 사서 쓰고, 벗을 수 있지만 구치소는 생활이 제한돼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사고가 났을 때, 아이가 아닌 어린이집 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구치소 내에서는 움직이라면 움직이고, 들어가라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로 봤을 때 국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Q. 일부 수용자들이 교도관에게 불만도 갖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교도관을 상대로 책임을 물을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분들도 피해자다. 이번 사태는 국가가 전반적으로 관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Q. 국가가 사태를 은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제가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Q. 소송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A. 결국 모든 정보는 국가가 쥐고 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구치소 내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증언을 통해 진행을 하려고 해도, 누구를 불러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CCTV 증거보존 신청을 우선 했다.

Q. 승소 가능성은?

A. 긍정적으로 봐도 반반 정도다. 사실 국가 배상 소송이 일반 소송보다 까다롭고, 이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추가로 만약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가 소송을 진행한다면, 법적인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승소까지 이르기 쉽지 않다고 본다. 심리적으로 겁이 났을 부분은 인정이 되지만, 위험성에 노출됐다는 것만으로 국가배상을 청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송을 낸 이들은 모두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일부는 다른 수용 시설로 옮겨졌다. 이들은 모두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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