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경제전략 대수술 예고..안팎 위기 돌파 '승부수'

김유진 기자 2021. 1. 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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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8차 대회서 경제 목표 달성 실패 자인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개회사를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밝혔다. 뉴스1
대회 첫날부터 이례적 발언…제재 장기화에 경제난 심화 방증
5년 전 ‘핵 무력’ 언급과 대조…코로나 탓 근본적 해결엔 한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에서 사실상 ‘전면적인’ 경제 실패를 자인했다. 올해 집권 10년차를 맞은 김정은 체제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난 극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은 8차 당 대회에서 향후 5년간의 경제 발전 목표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나,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이어지는 환경에서 경제 자구책은 구조적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8차 당 대회 첫날부터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지난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는 당 대회 개회사에서 “엄청나게 미달했다” “축적된 쓰라린 교훈” 등의 표현을 사용해 2016년 7차 당 대회 때 제시했던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놨다. 6일까지 진행된 당 중앙위 사업총화보고 연설에서도 “5개년 전략 수행에서 발로된 결함과 그 주·객관적 요인을 분석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경제 실패 원인을 두고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면서도 “결함의 원인은 객관이 아닌 주관”이라며 내부 요인을 집중 추궁했다. 북·미 협상 실패 이후 줄곧 강조해온 ‘자력갱생’과 맥이 닿아 있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사업총화보고 연설에서 “5개년 계획에 따라 나라의 전반적 경제를 한 계단 추켜세우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도 밝혔다. 국가경제전략의 대수술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경제’에 방점을 찍은 것은 5년 전 7차 당 대회 당시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성과를 언급하며 ‘핵 무력’을 내세웠던 것과 대비된다. 북한 경제가 핵·미사일 연쇄 실험에 따른 제재 장기화에 더해 지난해는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상당히 악화됐음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단호한 대책’을 주문하면서 “이번 당 대회는 이런 배짱과 신념을 바탕으로 열렸다”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이 8차 당 대회를 대내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택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북한이 당 대회에서 새롭게 제시할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구체적 내용이 주목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내부의 주체적 역량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때 ‘정면돌파전’의 연장선에서 현실적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며 “거품 낀 목표보다는 실질적 인민생활 향상에 초점을 둔 참신한 내용이 담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를 준비하는 4개월 동안 비상설중앙검열위를 조직해 “실태를 료해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했다”고 말했다. 각 도·성으로 내려간 료해검열 소조(TF)를 통해 청취한 ‘바닥 민심’을 경제 정책 입안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당 대회 참가자에 현장 근로자 출신 당원을 크게 늘린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력갱생 노선을 강화하더라도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악화된 경제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조 바이든 미국 차기 정부와의 핵 협상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북·미 대화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에 보다 밀착된 발전 전략을 제시할 여지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결사옹위’ 구호가 등장한 것을 보면 경제계획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는 어렵다”며 “노력 동원, 내부 통제 강화 등 경제난도 결국 정치적으로 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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