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갈등에 낀 한국, 선박 나포 '자력 해결' 난망
최종건 차관 10일 이란 방문..외교부 "법적 대응 준비"
[경향신문]
이란에 억류된 한국 선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6일 실무대표단을 이란에 급파하고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건을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조사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원유 수출대금을 동결한 것에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선박을 억류한 것은 인질극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에 대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인질범이 있다면, 그것은 근거 없이 우리 자금 70억달러를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라비에이 대변인이 말한 70억달러는 미국이 2018년 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 내 은행계좌에 묶여버린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다. 이란은 이 돈을 돌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해왔으며 한국 정부도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돈을 돌려줄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의약품 수출과 같은 인도적 교역을 모색하고 이란의 코로나19 백신 구입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형태의 교역은 동결된 자금 규모에 턱없이 모자라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실무대표단 파견에 이어 다양한 채널로 이란과 소통하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0일 이란을 방문해 이 문제를 직접 협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또 이날 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를 통해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주장하는 환경오염의 진위와 이란 측이 선박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사이에 끼인 형국이어서 정부의 해결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동결자금 문제 해결은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을 통해 이란 제재의 틀을 바꿔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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