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 온다 - 김교성 외 [서양호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고 플랫폼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며 불안정한 고용관계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소위 ‘불안정 노동’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더 이상 산업화 시대의 고용제도에 바탕을 둔 복지체계로는 시민 대다수의 삶을 보호할 수 없다. 당장의 생계 걱정 속에서 새로운 노동 역량을 계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생계에 필요한 만큼의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할 필요성이 적극 모색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미 그 일단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5~6월에 경험했다. 당시 재난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상당량의 금액이 투여됐을 때, 우리는 과잉유동성 속에서도 극도로 부진한 서민경기가 일시적으로나마 눈에 띄게 완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기존 복지체계에 보충적인 방식으로 접목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물이나 서비스만으로 충분한 복지 제공이 어려운 여건 속에, 우리 중구도 ‘어르신 공로수당’을 통해 보충적으로 관내 저소득 고령층의 소득을 보전하는 복지 실험을 단행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고,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를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지금의 복지로 다가올 미래의 복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 더 좋은 대안이 있는지. 기본소득은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시대 복지 대타협 논쟁에서 빠져선 안 될 핵심 화두가 되어야 한다. 어르신 공로수당과 같이 특정 생애주기에 지급하는 수당 역시 기본소득으로 가는 점진적 접근이다.
어르신 공로수당의 사용처 1위는 슈퍼마켓이다. 10만원의 공로수당은 저소득 어르신들의 식료품으로, 약으로 또 밥으로 쓰이고 있다. 기본소득론이 관념적이고 이상적이며 실현 불가능하다는 태만한 반론만을 일삼는 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지금 이 나라에 어떻게 기본소득의 현실적 접목이 가능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저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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