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 더 슬픈 사람들
벼랑 끝 서민에게 주식 투자는 남 얘기..양극화 가속 우려
[경향신문]
코스피지수가 6일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면서 양극화 심화도 우려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여윳돈과 은행권 대출로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반면, 서민층은 일자리 및 소득이 감소하면서 격차가 커지는 중이다.
대출 기회는 고신용·고소득 계층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가운데 상위 30% 고소득 차주의 비중은 63.0%에 달한다. 소득 상위계층은 올해 주식을 통해 금융자산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평균 총자산이 7억6500만원인 소득 상위 10~30% 계층의 지난해 순자산은 전년 대비 1억1430만원 증가했는데, 이 중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2400만원(24.1%) 늘었다. 특히 주식 비중(15.4%)은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민들은 일자리 감소로 소득이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중 소득 4~5분위 가구의 근로·사업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6~4.4% 감소에 그친 반면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7.2%나 감소하면서 격차가 확대됐다. 자영업 및 관련 일자리가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거리 두기로 타격을 입어서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가 561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7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부가 피해 업종 및 일자리를 중심으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곧 착수하지만, 최대 300만원의 일회성 지급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제가 정체돼 있거나 후퇴하고 있는데, 주가만 오르면 불평등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며 “실물경제보다 자산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것은 어느 시대든지 관찰되는 현상인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 격차가 훨씬 벌어진 것 같다.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가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돈이 풀리고, 이 돈이 자산시장에 쏠리면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가 국가부채 급증을 감수하고 투입한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는 살리지 못한 채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증시만 폭등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유동성의 함정’이 깊어질수록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통산업 부진, 양질의 일자리 감소, 저금리하의 자산가격 상승 등을 배경으로 한 양극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심화된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 세지고 똑똑해진’ 동학개미가 주역
- 저금리 유동성이 끌어올린 과속·과열 증시…경고음도 커진다
- 처음 본 ‘3000피’
- 일본 목욕탕서 700장 이상 불법도촬한 외교관···조사 없이 ‘무사귀국’
- 서울 다세대주택서 20대 남성과 실종 신고된 10대 여성 숨진 채 발견돼
- ‘47kg’ 박나래, 40년 만에 ‘이것’ 착용 “내가 나 같지 않아” (나혼산)
- 尹, 9일 기자회견 유력…대통령실 “할 수 있는 답 다하겠다는 생각”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하이브·민희진 분쟁은 멀티레이블 성장통” “K팝의 문제들 공론화”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