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 더 슬픈 사람들

이윤주 기자 2021. 1. 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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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11개월 연속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 감소
벼랑 끝 서민에게 주식 투자는 남 얘기..양극화 가속 우려

[경향신문]

코스피지수가 6일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면서 양극화 심화도 우려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여윳돈과 은행권 대출로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반면, 서민층은 일자리 및 소득이 감소하면서 격차가 커지는 중이다.

대출 기회는 고신용·고소득 계층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가운데 상위 30% 고소득 차주의 비중은 63.0%에 달한다. 소득 상위계층은 올해 주식을 통해 금융자산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평균 총자산이 7억6500만원인 소득 상위 10~30% 계층의 지난해 순자산은 전년 대비 1억1430만원 증가했는데, 이 중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2400만원(24.1%) 늘었다. 특히 주식 비중(15.4%)은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민들은 일자리 감소로 소득이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중 소득 4~5분위 가구의 근로·사업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6~4.4% 감소에 그친 반면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7.2%나 감소하면서 격차가 확대됐다. 자영업 및 관련 일자리가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거리 두기로 타격을 입어서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가 561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7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부가 피해 업종 및 일자리를 중심으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곧 착수하지만, 최대 300만원의 일회성 지급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제가 정체돼 있거나 후퇴하고 있는데, 주가만 오르면 불평등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며 “실물경제보다 자산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것은 어느 시대든지 관찰되는 현상인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 격차가 훨씬 벌어진 것 같다.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가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돈이 풀리고, 이 돈이 자산시장에 쏠리면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가 국가부채 급증을 감수하고 투입한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는 살리지 못한 채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증시만 폭등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유동성의 함정’이 깊어질수록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통산업 부진, 양질의 일자리 감소, 저금리하의 자산가격 상승 등을 배경으로 한 양극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심화된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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