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교내 '노동인권' 교육

오창민 논설위원 입력 2021. 1. 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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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학교교육 이미지. 김상민 기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가르칠지 결정하는 교육과정 개편은 흔히 권력투쟁에 비유된다. 국어 교사들은 국어가, 수학 교사들은 수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사회나 과학도 필요하고, 음악·미술·체육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심지어 같은 과목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미·적분이 중요하다는 목소리와 기하·벡터를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교육과정에는 공동체의 비전과 발전 전략은 기본이고, 학문적 기득권과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보면 그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국가교육과정 개정 때 노동교육 요소를 반영하자고 6일 제안했다. 특정 교과만이 아니라 여러 과목에서 노동의 가치에 대한 비중을 강화하고, 취업이나 적성 개발에 초점을 맞춘 진로·직업교육을 노동 인권 관점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골자다. 교육청은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관심과 학교 노동인권 교육에 관한 사회적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국가교육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제안은 이달 14일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논의한 뒤 교육부에 제출된다.

학교를 졸업하는 사람 열에 아홉은 노동자다. 나도 노동자고 내 자식도 노동자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에 무지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향신문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시민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노동의 가치와 소중함을 얼마나 존중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존중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2.3%였다. ‘근로자’와 ‘노동자’ 중 평소 주로 접하는 단어를 묻는 항목에는 ‘근로자’라는 응답이 71.3%였다. ‘노동자라고 하면 거리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49.9%로 ‘동질감을 느낀다’(33.8%)보다 높았다.

차제에 노동 관련 문항을 수능시험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떤가. 최저임금, 산재기업 처벌 규정, 근로계약서 작성 시 주의사항,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유형 등을 학생들이 달달 외우고 졸업하면 노동자들이 갑질을 당해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지 않을까.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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