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브레이크 기준, 각 팀의 살림꾼은?

김아람 2021. 1. 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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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11월 중순에 작성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0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지난 11월 19일로 2020-2021시즌 전체 일정의 약 30%(75/270)를 소화한 KBL이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갖는다.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에 따른 A매치 휴식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각 팀이 14~16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치열한 순위 싸움이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KCC가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으며 단독 1위 자리를 꿰찼고,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전자랜드와 우승 후보로 꼽힌 SK가 공동 2위로 뒤를 잇고 있는 상황. 중하위권 팀들도 순위표를 촘촘히 채우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12월 2일 재개하는 정규리그를 앞두고 <바스켓코리아> 12월호 ‘기록이야기’는 A매치 휴식기를 기준, 각 구단의 중심에서 팀을 이끈 선수들의 기록을 준비했다.

 

▶ 1위 전주 KCC(10승 5패)


강팀의 조건 중 하나는 ‘연패’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연패는 승수 쌓는 데 방해되는 것은 물론, 선수단의 사기 등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감독은 연패에 빠지지 않는 것을 강조하고, 연패에 빠졌으면 이를 빠르게 끊어내기 위한 총력전을 벌인다. 올 시즌 리그에서 연패를 경험하지 않은 팀은 KCC가 유일하다. KCC는 10개 팀 중 제일 먼저 10승을 챙기며 단독 1위로 순항 중이다. 사실 순항이라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온전한 전력이 아니기 때문. 선수들의 부상으로 KCC는 마치 타이어에 갑자기 구멍이 나 비상등을 켠 채 갓길까지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차량처럼 선수단 운영에 애를 먹었다.

 

첫 번째 빨간 불은 지난 10월 16일에 켜졌다. KT를 만난 KCC는 23점 차(83-60) 대승에도 라건아가 부상 당해 웃지 못했다. 개막 전 컵대회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뽐낸 라건아였기에 그의 부상은 큰 위기로 다가왔다. 타일러 데이비스가 무릎 재활과 컨디션 난조로 비시즌 훈련을 거의 소화하지 못한 점도 사태의 심각함을 배가했다. KCC는 라건아의 부상으로 심란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결코 쓰러지진 않았다. 홀로 외국 선수 자리를 지켜야 했던 데이비스는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연일 골 밑에서 파괴력을 과시했다. 11월 2일 KT전에서는 종료 직전 결승 득점으로 팀을 연패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현재 데이비스는 15경기 평균 18.9점(2위) 12.2리바운드(1위) 1.6블록슛(4위) 등으로 개인 기록 부문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상태. 더블더블은 10회로 2위 자밀 워니(7회)를 제치고 1위를 내달리고 있다. 

 

데이비스가 잘 버텨주고 있는 가운데 KCC는 또 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유병훈(발바닥)과 김지완(발목)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파이팅으로 힘을 싣던 이진욱도 쇄골에 금이 가며 코트를 밟지 못하게 된 것. 결과로 유현준이 홀로 앞선을 책임지게 됐다. 유현준은 11월 6경기 중 한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했는데, 그 다섯 경기에서 그는 평균 7.0점 6.8어시스트에 타이트한 수비까지 곁들이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전창진 감독도 “현준이가 요새 내가 놀랄 정도로 경기를 잘해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교창은 꾸준했다. 15경기 중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2경기에 불과하다. 평균 33분 53초(국내 3위) 동안 15.0점(국내 4위) 6.9리바운드(국내 2위) 2.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그가 없는 KCC를 상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KCC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또 있다. 바로 정창영. 소위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15경기 평균 29분 45초 동안 10.3점 5.3리바운드 2.2어시스트 1.3스틸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2경기를 제외한 13경기에서 빠짐없이 터진 외곽슛과 투지 넘치는 수비도 주목할 만하다. 전 감독은 “창영이가 빠지면 공격과 수비에서 구멍이 난다”며 “사실상 우리 팀의 에이스”라고 극찬할 정도. 1라운드(5승 4패) 이후 2라운드 상승세의 중심에는 이정현이 섰다. 비시즌 무릎 부상으로 두 달여 가까이 쉬었던 그가 1라운드 예열을 마치고 살아났다. 패했던 LG전을 제외하고 평균 33분 19초 동안 17.0점(3점슛 2.8개) 5.2어시스트 2.2스틸로 펄펄 날았다. 평균 8.9점으로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1라운드와는 상반되는 기록이다. 

 

▶ 공동 2위 인천 전자랜드(9승 6패)

 

이번 시즌을 끝으로 모기업이 구단 운영 포기를 선언한 전자랜드. ‘인생을 걸고’란 슬로건을 내세운 그들은 개막 4연승으로 시즌 전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10월 20일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84-86으로 석패한 뒤엔 다시 3연승 신바람. 휴식기 직전 3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1위를 내줬지만,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외국 선수들이 다소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지만, 이대헌과 김낙현의 성장은 눈길을 끈다. 

 

지난 시즌 중반 상무에서 돌아온 이대헌은 비시즌 훈련에 성실히 임했다. 11월 7일 삼성전에서 아이제아 힉스와 충돌하며 아찔한 상황이 나오기도 했지만, 큰 문제 없이 리그 전 경기에 출전 중이다. 평균 29분 45초 동안 15.5점 3.7리바운드 1.7어시스트 1.0스틸을 작성한 이대헌은 팀 내 최다 득점자로 해결사 역할까지 맡았다. 안쪽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공격의 선봉장이 됐을 뿐 아니라 외곽에서도 경기당 1.0개의 3점슛을 꽂으며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마찬가지로 15경기에 나선 김낙현은 1라운드 MVP에 선정되는 등 1R 주인공이 됐다. 평균 27분 18초 동안 13.6점(팀 내 2위) 5.1어시스트 2.9리바운드로 활약했다. 3점슛은 경기당 2.3개를 넣었는데 해당 부문 전체 4위, 국내 3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올 시즌은 간판 스타급으로 부상한 셈이다. 출전 시간은 다르지만, 두 외국 선수 헨리 심스(13.5점)과 에릭 탐슨(11.4점)보다 고득점을 올리고 있다는 점만 봐도 이대헌과 김낙현이 전자랜드의 돌풍을 일으켰다는 데 이견을 제시하기 힘들다. 차바위의 수비 존재감도 한몫했다. 매 경기 30분 가까이 상대 주득점원의 수비를 담당하는 그에게 유도훈 감독은 “차바위를 빼고 수비 전술을 구상하기 힘들다”며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 공동 2위 서울 SK(9승 6패)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10개 팀 감독 중 무려 7명이 SK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그만큼 SK는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독주 체제를 형성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럴 순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안영준(무릎)과 최준용(발목), 김민수(허리) 등이 전력에서 이탈하며 B안, C안을 가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4번 자리에선 최부경이 홀로 버텨야 했지만 다행히 안영준이 빨리 돌아왔고, 변기훈 최성원 양우섭 등 가드진이 제 몫을 십분 해냈다. 그러나 사타구니 부상에서 복귀한 최준용의 컨디션이 온전치 않았고, 닉 미네라스는 공격적인 모습을 주문하는 문경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역시’라는 찬사를 받은 선수들도 있다. 팀의 기둥인 자밀 워니와 주장 김선형이 그러하다. 직전 시즌 외국 선수 MVP를 수상한 워니는 정상급 기량으로 15경기 평균 22.5점 8.9리바운드 1.9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 중이다. 휴식기 직전 연패하는 동안엔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득점 부문 리그 1위에서 내려올 정도는 아니었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도 활약을 이어가던 김선형도 공수 양면에서 빛났다. 그는 32분 1초 동안 16.7점(국내 1위) 4.9어시스트(전체 6위) 3.5리바운드(가드 4위) 1.5스틸과 함께 이번 시즌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를 제외한 14경기에서 연속 두 자리 득점을 올린 바 있다. 

 

▶ 4위 울산 현대모비스(8승 6패)


비시즌 대대적으로 선수단을 개편한 현대모비스. 새로운 팀이 되어 새 시즌을 맞았지만, 2연패로 출발했다. 세 번째 경기에선 LG에 신승을 거뒀으나 다시 연패에 빠졌다. 결국 5경기 만에 9위까지 추락했다. 새로 합류한 기승호 김민구 이현민 장재석 등은 호흡을 맞출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고, 시즌 전 큰 기대를 모았던 숀 롱은 비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경기 체력이 부족했다. 

 

10월 24일, 현대모비스는 KCC와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침묵했던 외곽이 터지기 시작한 것. 당시 유재학 감독은 “오늘 경기가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그동안 답답했던 (외곽슛) 부분이 조금 풀린 것 같다”며 반등을 노렸다. 그리고 유 감독의 바람은 이뤄졌다. 이후 5연승을 내달렸다. 다섯 경기에서 현대모비스는 롱을 중심으로 제공권 싸움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고, 전준범(14개)과 김국찬(8개), 서명진(7개)은 3점슛 29개를 합작했다. 롱은 5경기 평균 19.4점 10.4리바운드 2.0어시스트 1.0스틸로 기량을 숨기지 않았고, 베테랑 함지훈은 5경기 평균 13.0점 4.2리바운드 3.2어시스트로 팀을 지탱했다. 리빌딩의 중심 김국찬 역시 5경기 평균 12.2점 4.4리바운드 2.6어시스트 2.2스틸로 내외곽에서 불을 뿜었고, 3년 차 서명진도 9.6점 6.8어시스트로 형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건넸다. 현대모비스가 4위 자리에 안착할 수 있던 건 이 5연승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9경기에선 3승 6패에 그쳤기 때문이다.

 

▶ 5위 고양 오리온(8승 7패)


2연패-4연승-3연패-2연승-2연패-2연승. 15경기를 소화한 오리온의 승패리포트를 보면 ‘도 아니면 모’라는 말이 떠오른다. 연패가 아니면 연승이다. 이 중 2개 구간을 살펴보려 한다. 

 

먼저 4연승. 한호빈-이대성-허일영-이승현-디드릭 로슨이 베스트 5가 되어 날아올랐다. 이대성은 매 경기 3점포를 발사하며 4경기 평균 21.5점 4.5리바운드 4.0어시스트 1.8스틸로 맹공격을 퍼부었다. 로슨(15.8점 7.3리바운드 1.8스틸 1.3어시스트)과 허일영(13.0점 6.8리바운드 1.8어시스트), 이승현(12.8점 8.3리바운드 1.8어시스트)도 4경기 평균 두 자리 득점으로 팀의 연승 행진에 힘을 실었다. 한호빈(8.3점 3.5어시스트 2.5리바운드)도 손을 보태면서 주전으로 나선 5명이 4경기 평균 71.4점을 모았다. 이는 4연승 기간 동안 팀 전체 평균 득점(81.3점)의 87.8%에 해당한다. 

 

이후 연패와 연승을 반복하던 오리온. 11월 11일에는 삼각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골자는 오리온의 최진수와 현대모비스의 이종현이 유니폼을 교환하는 것. 현시점에서 오리온이 트레이드를 시도한 건 대성공이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2경기 만에 이탈한 최진수를 대신해 오리온에 합류한 이종현은 휴식기 이전 팀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14일 삼성전에서는 이승현, 로슨과 함께 ‘오리온 산성’을 구축, 결승 골 포함 14점 4리바운드로 오랜만에 두 자리 득점을 신고했다. 16일 전자랜드전에선 적극적인 수비와 리바운드로 승리에 일조했다. 

 

▶ 6위 안양 KGC인삼공사(7승 7패)

 

KGC인삼공사는 시즌 전 SK와 함께 ‘2강’ 전력으로 구분됐지만, 휴식기를 기점으로 그들의 승률은 5할. 결과만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7승 7패란 결과가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KGC인삼공사는 기복이 심했다. 원인은 선수단의 컨디션. 

 

양희종이 손가락과 어깨를 다쳐 쉬는 기간이 길어진 가운데 박형철 문성곤 전성현 오세근 등 다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보니 경기력은 자연히 들쭉날쭉해졌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스코어러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얼 클락도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승부처에서는 클락의 득점력이 필요하지만, 골 밑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어 라타비우스 윌리엄스의 출전 시간이 늘어야만 했다. 

 

그래도 변준형-이재도가 지키는 앞선은 KGC인삼공사의 위안거리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리딩 능력은 아쉽지만, 공격력만큼은 수준급이다. 오세근을 제외한 국내 선수 중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하는 것도 변준형과 이재도밖에 없다.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 중인 변준형(14경기 평균 27분 44초 동안 12.0점 4.5어시스트 3.3리바운드 1.1스틸)은 누적 득점만 따지면 오세근을 제치고 팀 내 국내 선수 중 1위다. 이재도 역시 14경기에 나서 평균 30분 59초 동안 11.0점 4.3리바운드 4.0어시스트 1.4스틸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 KBL이 제공하는 공헌도 수치(이재도 355.9점, 변준형 315.3점)로도 둘은 팀 내 국내 선수 공헌도 부문 1, 2위를 다툰다. 그나마 제 컨디션을 보이는 변준형과 이재도는 상대 팀에도 위협적인 존재다.

 

▶ 공동 7위 부산 KT(7승 9패)

 

시즌 초반 존 이그부누가 부상을 당하며 마커스 데릭슨 홀로 외국 선수 자리를 지킨 KT. 11월 7일에는 이그부누를 대신해 브랜든 브라운이 합류했지만, 국내 선수들이 지친 데다 데릭슨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쉬어갔다. 그러면서 7연패. 9위까지 추락한 KT는 심기일전했다.

 

브라운(4경기 평균 19.8점 12.3리바운드 4.3어시스트)은 팀에 빠르게 녹아들며 폭발했고, 허훈(4경기 평균 12.3점 8.5어시스트 4.5리바운드)은 자신의 공격을 이어가며 팀원들에게 득점 찬스를 제공했다. 김영환(4경기 평균 14.8점 4.0어시스트 3.0리바운드)과 양홍석(4경기 평균 14.0점 5.5리바운드)도 팀의 주축 선수로서 공수에서 힘을 발휘했다. 네 선수는 4경기에서 3점슛만 24개를 합작하는 등 중위권 도약을 위해 코트 곳곳에서 림을 조준했다. 결과로 4연승. KT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휴식기를 맞이했다. 

 

브라운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는 대체 선수로 아직 6경기 출전한 것에 그쳤지만, 혼자서 2명 몫을 해내며 KT 상승세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어시스트. 서동철 감독을 필두로 KT 선수들은 브라운의 패스 실력이 기대 이상이라는 칭찬을 쏟아냈다. 실제 6경기에서 도움 패스로 기록된 것만 34개다. 또한, 브라운은 기동력이 좋아 다양한 공격 루트를 창출할 수 있는데 이는 곧 다른 선수들의 득점 상승을 의미한다. 허훈에게도 브라운은 반가운 존재다. 볼 핸들러의 역할도 해주는 브라운 덕에 체력을 아꼈고, 상대 견제로부터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데릭슨의 대체자로 수비형 빅맨인 클리프 알렉산더(203cm)를 영입한 것도 브라운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공동 7위 서울 삼성(7승 9패)


삼성은 정규리그 레이스를 개막 4연패로 출발했다. 초반 7경기까지 성적은 1승 6패. 너무나 초라했다. 앞서가다가도 4쿼터만 되면 무너지는 게 그 이유였다. 7경기 득실마진을 따져보면 1쿼터 -3, 2쿼터 -19, 3쿼터 +15, 4쿼터 -40. 특히 4쿼터만 되면 무너지는 수비에 공격까지 흔들리는 모양새였다. 7경기 평균 실점만 94.1점이었다. 그러나 1라운드 8번째 경기부터는 달라졌다. 실점이 70점대로 훅 떨어졌다. 김준일이 오른 발목 인대 파열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했지만, 임동섭과 장민국이 분투하며 그의 공백을 조금이나마 채웠다. 

 

그 가운데 아이제아 힉스는 1옵션 외국 선수로 삼성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볼 핸들러로도 활용되는 그는 16경기 평균 25분 10초 동안 3점슛 1.1개 포함 17.4점(리그 5위) 7.4리바운드 2.4어시스트 1.8블록슛(리그 1위)을 기록 중이다. 김준일(8경기 평균 12.4점)을 제외하면 팀 내에서 유일하게 평균 두 자리 득점을 올리고 있다.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6경기만을 소화한 KT 브랜든 브라운을 제외, 외국 선수 1위에 해당한다. 공헌도를 살펴봐도 팀 내 2위 이관희(279.8점)보다 170점 이상이나 높은 454.3점으로 그가 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그의 가치는 공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수비에서도 힉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상민 감독이 수비에 만족감을 드러낼 때면 그 중심에는 항상 힉스가 있었다. 팀 동료 이관희도 “삼성에 10년 가까이 있었는데, 수비는 힉스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9위 창원 LG(6승 8패)


누가 뭐래도 김시래는 LG의 간판스타다. LG를 만나는 감독들은 경기 준비사항에 관한 질문에 ‘김시래 봉쇄법’을 빼먹지 않고 언급한다. 실제 올 시즌 LG가 승리한 경기를 살펴보면 김시래가 활약하지 않은 경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눈에 띄는 득점이 아니어도 경기 조율과 적재적소에 뿌리는 패스로 승리를 이끈다. 김시래는 승리한 경기에서 3점슛 2.3개 포함 12.3점 7.0어시스트, 패배한 경기에선 3점슛 1.4개 포함 10.1점 5.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패배한 경기보다 승리한 경기에서 성적이 좋은 건 당연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항상 그렇진 않다. 캐디 라렌이나 서민수만 하더라도 승리한 경기보다 패한 경기에서의 평균 득점이 더 높다. 결국 앞선에서 김시래가 살아나야만 팀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며 리드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원대도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이원대는 10월 24일 삼성과의 경기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었다. 초반 4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9경기 중 6경기에서 두 자리 득점을 적립했고, 매 경기 4어시스트 이상 기록했다. 이원대 역시 패배한 경기(3점슛 1.7개 포함 8.9점 3.1어시스트 0.7스틸)보다 승리한 경기(3점슛 2.2개 포함 11.0점 4.2어시스트 1.5스틸)에서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공헌도 부문에서도 김시래(301.9점)와 이원대(253.6점)는 팀 내 국내 선수 투톱이다. 적어도 두 선수 중 하나는 터져야 LG는 웃을 수 있었다. 

 

▶ 10위 원주 DB(4승 12패)


대부분의 팀이 부상이나 외국 선수의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DB 앞에선 그런 거로 명함 내밀기가 쉽지 않다. DB보다 힘든 팀을 선뜻 고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김현호(아킬레스건)가 비시즌부터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치나누 오누아쿠 대신 데려온 타이릭 존스가 기대 이하였으나 시작은 좋았다. 허웅-두경민-김종규 등 국내 3인방의 활약에 힘입어 개막 3연승을 달렸다. 이후 전력에 구멍이 생기면서 악몽 같은 11연패의 늪에 빠졌다. 김종규(족저근막염/발목), 윤호영, 정준원(이상 허리), 김태술(햄스트링), 김훈(정강이 피로골절), 두경민(손목) 등 주전과 벤치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부상자가 속출하며 DB는 최하위로 떨어졌다. 주전 중에 DB가 치른 16경기를 모두 소화한 선수는 저스틴 녹스(16.6점 6.9리바운드)와 허웅(10.5점 2.9리바운드 2.1어시스트)뿐이다.

 

두경민의 부상 투혼도 인상적이다. 손목 통증을 안고 있던 두경민은 지난 10월 31일 전자랜드전에서 부상이 악화됐다. 2주 정도 쉬어야 한다는 게 의사의 소견. 하지만 열악한 팀 사정에 이를 악문 두경민은 “다리는 괜찮으니 수비라도 하겠다”며 열흘여 만에 코트에 나섰다. 그 경기에서 바로 연패를 끊어내진 못했으나 그의 정신만큼은 박수를 받았다. 팀의 연패에 빛을 잃었지만 두경민의 기록도 주목할 만하다. 3경기 제외, 나머지 13경기에서 평균 28분 13초 동안 경기당 3점슛 2.6개(리그 1위) 포함 14.8점 4.5어시스트 1.9리바운드를 작성했다. 

 

DB는 11월 15일 공동 1위였던 SK를 상대로 허웅(3점슛 3개 포함 17점 3리바운드)과 두경민(3점슛 3개 포함 13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김훈(3점슛 3개 9점 3리바운드) 등이 3점슛 9개를 합작, 김종규(9점 5리바운드)까지 돌아오면서 긴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김아람 기자 ahram1990@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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