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 디지털혁신·협업으로 中企·소상인 경쟁력 높여야"


<기획/인터뷰>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장
◇"◇"디지털·협업 키워드로 대전환 나서야"=일선 산업현장과 경제주체들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8개월여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코로나19 대응방안 확보에 집중해 왔다. 특히 주목하는 키워드는 '디지털화'와 '협업'이다.
그는 "대전환을 전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창업생태계 정비를 해내야 한다"면서 "그동안 계속 강조해 오면서도 못했던 창의성 기반의 고부가가치 지식 집약적 사업체로의 변화를 해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배달대행, 숙박공유 등 B2C 영역 위주였던 플랫폼 경제가 B2B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협업성장 생태계가 커지고, 소상공인 생태계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는 게 이 원장의 관측이다.
그는 "정책 기획·실행 현장에서 싱크탱크의 중요한 역할은 장기적 시각에서 큰 로드맵을 제시하고, 정책 담당자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하도록 견인하고 조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명치료 위한 정책 머물러선 안돼"= 항상 전환은 V나 U자 커브를 띄면서 일어나는 만큼, 어려움 속에서도 투자의 시기를 거쳐야 또 다른 이익을 내는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역시 체질 개선과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수업료와 비용을 내야 하는 시기가 지금이라는 것. 그는 "수업료를 코로나19가 강제로 거둬가는 측면이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심한 경우 도산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정부는 수업료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는 관점의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 면서 "중요한 것은 기존 단계에서 연명치료 하기 위한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언택트 전환과 관련해 중기부가 발 빠르게 추진한 사업중에 하나가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지원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컨설팅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 관련 벤처기업과 수요기업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지원했다. 이 사업의 아이디어도 이 원장이 작년 4월 취임 후 관련 기관과 가진 회의에서 시작됐다.
◇"기업과 기업간 거래 마중물 만들어줘야"=이 원장은 "기본 접근은 중소기업의 문제를 또 다른 중소기업이 풀도록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도와주고 풀어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가진 곳과 솔루션이 있는 기업이 만나게 해주고, 그들 간에 거래가 형성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철학에서 설계된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지원사업은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신청한 가운데, 양측이 모두 피부에 와 닿는 사업효과를 얻고 있다.
현 정부가 공을 들여온 스마트 팩토리 확산사업도 같은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솔루션을 보유한 수많은 벤처기업과 실제 채택해서 운영해야 하는 전통 제조 중소기업을 어떻게 연결하고 시장이 형성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 면서 "스마트 팩토리의 양을 늘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지속 가능한 생태계와 시장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올해 KAMP(Korea AI Manufacturing Platform)라는 AI(인공지능) 제조 플랫폼을 클라우드 상에 만들어 제조기업 데이터를 모으고, 자동화설비나 센서,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술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 원장은 "관점을 바꾸고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개별기업 지원 차원이 아니라, 기업과 기업간 협업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플랫폼 독점폐해 방지장치 필요"=그 과정에서 최근 부각된 것이 프로토콜 경제다. 기업들이 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기술 도입단계를 지나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하는 과정에서 독점 우려를 해소하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는 것.
이 원장은 "국·내외 플랫폼을 막론하고 기업에 무한 자유를 주면 독점이 나타날 수 있고, 그 결과 참여 기업들과 장기적인 공생과 지속 가능한 협업이 안 돼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면서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독점과 불공정 거래, 독점적 이윤 추구로 인한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협업모델과 공정한 이익 분배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기에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원은 작년 11월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법정 기관화가 결정됐고, 기관 명칭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으로 변경된다. 전문연구평가기관에서 법정 기관으로 바뀌면서 중소·벤처기업 생태계 전략 및 혁신정책 관련 종합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이 커지게 됐다. 이 원장은 "기관 차원에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내년 6월 새로운 출범을 앞두고 정관변경과 이사진 구성, 비전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비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해짐에 따라 독자 기획연구 비중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창업벤처 생태계 혁신 집중=달라지는 기관 위상만큼 주어진 과제도 많다.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 신용대출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틔워줬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올해 상당히 많은 기업이 도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또 경제구조가 변화하면서 전통 오프라인 산업분야, 특히 소상공인의 생존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기존 사업의 턴어라운드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중기부와 협력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과 전통 소상공인들이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디지털 기반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전략도 필요하다.
이 원장은 "한국 경제, 특히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장기 활로는 결국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창업벤처나 소상공인에 의해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창업벤처 생태계에서 우리가 가장 약한, 창업 직전부터 창업 후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정책은 주로 운영자금 융자나, 창업단계 또는 창업 후 단기 컨설팅 위주였다. 소상공인 중 실제로 지원혜택을 받는 비중도 낮았고, 기업당 지원규모도 적었다. 지원효율을 높이기 위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원장이 제시하는 해법은 소상공인 간 협업조직 강화다. 그는 "소상공인간 협업조직을 활성화하고, 그 안에 프로토콜 개념을 넣어서 협업규약과 규칙을 잘 정하는 게 필요하다. 또 지역과 업종 단위로 뿌리조직을 탄탄하게 구성해서 실질적 협업이 일어나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잘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5~10년 긴 호흡 정책 가이드 역할 할 것"=중기연은 플랫폼 기반 협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소상공인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플랫폼 공정성과 규제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공조해 정책화했다. 언택트 비즈니스 기업 육성을 위한 입법 노력도 기울여 왔다. △중소·벤처기업들이 혁신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투·융자 자금 지원전략 △상장이나 인수합병, 모험자본 등 시장 메커니즘 △개별 기업 차원의 자금 조달·활용·재무전략 등 기업 생태계 전략도 집중하는 연구주제다. 우수한 인재가 중소·벤처기업에 유입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인력 흐름 체계를 만들고, 경쟁력 있는 해외 인재를 국내 중소기업에 유입시키는 방안도 주요 연구과제다. 이 원장은 취임 후 미래전략연구단을 구성해 중소기업 제조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법체계 작업도 해 왔다. 중기부 출범 후에도 정부 내에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현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정책과 성과를 정리하고, 발전방안을 찾는 작업도 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고통스럽지만 퇴출기업은 퇴출의 길을 열어주면서 관련 비용을 정부가 분담하고,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기업들이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여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최소 5~10년을 보고 긴 호흡에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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