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유영민에 공수처·사면 꼬집으며 "축하 못하겠다".. 사면에는 "국민통합쪽으로 결론내달라" 요청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영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나 기념촬영을 한 직후 모습.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유영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사면은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니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면건의'가 민주당 내부의 반발로 주춤하자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실장은 "전 전달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주 원내대표와 유 실장은 이날 상견례 자리에서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갔다. 주 원내대표는 먼저 "축하드린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고, 유 실장도 지지 않고 "(국민의힘에) 떼를 좀 쓰겠다"고 맞받았다.

주 원내대표는 유 실장의 예방을 받으며 "흔히 중책을 맡으면 축하한다고 하는데, 하도 엄중한 때이고 어려운 일이 많아서 축하한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서 대통령을 잘 보좌하시고, 협치가 되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정치가 되도록 최선의 역량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첫 발언부터 "정무수석이 오면 언짢은 말씀을 좀 드리려고 했는데, 안 와서 이야기하기 그렇다"며 "문 대통령이 협치와 여야정상설협의체를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볼 때는 그냥 말로만 하는 것 같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뜻 전달하려고 할 때 아무도 안 나오고, (최재성 정무수석은) 축구하러 가고 해서 너무 섭섭했고, 저도 대통령께 질문을 두 차례 드렸는데 답을 얻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관련해 대통령이 언제든 필요하면 만나자고 해서 (정무수석 쪽에) 면담을 신청했더니 '(야당이)진정성이 없어서 못 만난다' 하더라"며 "여야 관계라는 것이 자주 만날수록 접점 많아지고 해결될 일도 많은데, 야당이 구걸하듯 할 수 없다. 실장님이 바뀌셨으니 야당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에 유 실장은 "제가 축하 받을 수 있게끔 빈 공간을 주 원내대표가 채워주시리라 믿는다"면서 "그래도 국민의힘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시한 내 예산도 통과되고 여러 가지 입법도 통과됐다. 그런 측면에서 감사드린다"고 유연하게 대응했다. 유 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을 회복하고 민생 문제를 회복하는 문제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지속적으로 주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에 떼를 좀 쓰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와 유 신임 비서실장의 신경전은 공수처장 후보 지명 강행 과정에서 깊어진 여야 간 감정의 골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힘 측 후보추천위원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후보추천을 미루자 법을 개정하고 후보 임명을 강행했다.

한편 이날 유 실장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만났으나, 두 사람은 사면·영수회담 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코로나19 대응 협조 등 원론적인 이야기만 나눈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유 실장을 만난 후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작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적잖은 혼란이 나올테니 청와대가 빨리 진정시킬 수 있는 역할을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