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朴 사면' 둘로 쪼개진 민심.. 전문가 "국민통합은 아직 요원"

김미경 2021. 1. 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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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사면 찬성 47.7% vs 반대 48.0%
전문가들 "여론 숙성 선행돼야 통합 기여할 것"
전직 대통령 찬반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제공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 통합'을 명분 삼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화두를 던졌으나 일단 여론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면을 수용하는 여론 숙성이 선행돼야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전직 대통령 사면 찬반 조사(오마이뉴스 의뢰·조사기간 5일) 결과를 보면 '찬성한다'는 응답이 47.7%(매우 찬성 27.5%, 찬성하는 편 20.2%), '반대한다'는 응답이 48.0%(매우 반대 35.6%, 반대하는 편 12.4%)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은 4.3%였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내에서도 찬반 격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비등비등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권역별 또는 세대별로 찬반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부산·울산·경남(찬성 66.6% vs 반대 29.4%)과 대전·세종·충청(58.3% vs 37.4%), 대구 ·경북(56.8% vs 31.3%)에서는 찬성 의견이 과반으로 우세했다. 반면 광주 ·전라(19.3% vs 76.6%)와 인천·경기(39.6% vs 57.1%)는 반대 의견이 크게 앞섰다. 서울은 찬성이 49.0%, 반대가 47.6%로 전국 평균치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크게 보면 영남은 사면 찬성 의견이 많고, 호남은 사면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성향이 67.5%가 찬성한 것과 달리 진보성향은 75.1%가 반대했다. 중도성향은 찬성 51.0%, 반대 43.5%로 오차범위 내에서 찬성이 조금 앞섰다.

이 대표는 사면 발언 이후 당내 반발을 비롯해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국난을 극복하려면 국민의 힘이 모여야 하는데 지금은 국민이 둘로 갈라져 있다"며 "갈라진 국민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 것인가가 큰 숙제인데, 그런 큰 틀에서 충정의 일부로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결단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단기적으로 동향을 파악해보면 이 대표의 취지와 반대로 사면 이슈는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 대표가 최근 민주당 지도부 회동을 가진 뒤 '반성과 사과를 전제로 한 사면'이라고 전제 조건을 걸고 나서는 야당까지 '사면으로 정치적 우롱을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사면 건의의사 자체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사면으로 인한 국론 분열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 자체는 국민통합의 매우 좋은 수단"이라고 평가했으나 "이 대표가 사면을 화두로 꺼낸 것은 법적 조건과 정치적 성숙도 면에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법적으로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사면이 3권분립을 침범하는 권한이라 함부로 남발하면 안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사면 건의가 정치공학적으로 의도가 무엇인지부터 따지게 된다"면서 "정치적으로도 국민적 통합을 위한 것이라면 손바닥이 마주쳐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 여론조사에 나타났듯이 찬반이 팽팽하다는 것은 국민 여론이 아직 그 단계까지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사면이 국민통합으로 이어지려면 가급적 신중하게 범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정치적으로 사면카드는 중도층을 공략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이 대표가 완전히 잘못 짚은 자충수는 아닐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사면이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박 평론가는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정체되고 두 거대정당이 독점하면서 대부분의 이슈가 찬반이 팽팽히 갈리는 구도가 돼 버렸다. 정치적인 구조가 대체로 그런 상황"이라면서 "핵심은 왜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던졌는가. 진의가 무엇이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고 짚었다. 박 평론가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정치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 대표가 이들을 사면하자고 하는 것은 영·호남 간의 싸움을 계속하지 말고 진화된 정치로 가자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사면의 기대효과가 미미하더라도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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