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김만권 칼럼에 부쳐: 세습되는 능력과 자산, 어떻게 분배할 건가 / 강진철

한겨레 입력 2021. 1. 6. 19:06 수정 2021. 1. 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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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 교수는 12월21일자 '누가 '능력주의'를 미화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른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고 사회의 대다수를 능력 없고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자들로 만들어 무기력하게 하고 도덕적 수치감까지 준다고 썼다.

능력도 두뇌도 자산도 빈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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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철ㅣ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법학박사

김만권 교수는 12월21일자 ‘누가 ‘능력주의’를 미화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른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고 사회의 대다수를 능력 없고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자들로 만들어 무기력하게 하고 도덕적 수치감까지 준다고 썼다. 엘리트 부모들은 가용한 자원을 최대로 동원해 아이들에게 능력을 ‘만들어서’ 물려준다고 했다.

이러한 능력의 세습 방법은 우선 교육이고 시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조선시대부터 문민통치의 전통 아래 과거시험을 통한 출세 의지와 노력이 양반 중심의 사회를 지배했다. 당연히 과거시험 합격은 양반이라는 신분과 집안의 자산이 있어야 가능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시험을 통해 좋은 학벌을 획득하는 것은 본인의 능력이고 충분히 보상받을 만하다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 학벌과 시험을 통한 차별화와 서열화가 우리나라가 운영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시험을 통한 학벌 획득은 전문직-정규직의 좋은 직업의 획득으로 이어진다.

<20 vs 80의 사회>를 쓴 미국의 리처드 리브스는 사람들은 학력 수준에 따라 ‘그들끼리 결혼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가정은 위험과 자산을 공유하는 기능을 하는데 고학력자는 같은 수준의 고학력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것이고 그 가정의 아이들은 좋은 유전자를 타고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동류 짝짓기’는 고학력층에게는 상류층의 이점을 더욱 강화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저학력층 사람들에게는 소질 개발을 제한시켜 계층 간의 불평등을 증폭시킬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의 가정 환경과 두뇌의 격차가 자식들의 직업과 소득의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점점 치열해지고 양극화되는 우리 사회에서도 각각의 집안 형편을 보면 ‘남편의 소득과 아내 소득의 상관관계’는 커지기 마련이고 그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고학력 부부가 안정적인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자산으로 축적되어 부동산으로 그리고 노후 대비 국민연금이나 특수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립학교 연금)으로 그리고 예금과 보험과 개인연금과 같은 금융상품으로도 투자될 것이다. 리브스는 미국에서 이렇게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노후를 대비하고 자식에게 제대로 투자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20%라고 보았는데 우리나라도 그 정도 되지 않을까? 나머지는 부부가 일을 해도 불안정한 직장과 저임금으로 인하여 열악한 주거환경을 감수해야 하고 아이들 교육과 노후 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 아이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가 없다.

‘기회의 평등’ 이야기는 많이 나왔다. 그렇지만 능력뿐만 아니라 두뇌도 재능도 자산도 세습되는 시대에 기회의 공정과 평등만 가지고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출발선이 다른데도 기회를 다 주었으니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낙오하는 것은 너의 무능력과 게으름 때문이기에 너의 책임이고 그에 따른 불이익을 네가 감수하라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부족한 당사자들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결국 ‘기회의 평등’에서 더 나아가 ‘결과의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사회복지제도의 강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능력도 두뇌도 자산도 빈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복지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가난하고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세습받은 능력과 소질을 바탕으로 많은 자산을 갖고, 많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어려운 처지의 국민들에게 기본적이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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