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서 120만 유튜버로.. '부자되는 법' 알려주는 남자

박성기 2021. 1. 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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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터틀넥 티셔츠를 즐겨 입던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옷을 입으면 부자가 될까 싶어, 지난 5년간 검은색 티셔츠만 입었다는 사람이 있다. 이제 그처럼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 검은색 티셔츠를 입는다. 그가 이벤트성으로 제작한 검은 티셔츠는 예상 보다 일찍 완판 됐다.

검은색 티셔츠가 트레이드마크인 유튜버 '신사임당'(본명 주언규)은 유튜브에서 불모지로 꼽히는 경제 재테크 분야로, 구독자 118만 명을 거느린 유튜버다.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는 5만 원권 지폐를 많이 가지고 싶다는 소망에서 지은 이름대로, 이제 그는 유튜브를 통해서만 월 최소 1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녹스 인플루언서 15일 기준 자료 참고).

더팩트와 보이스오브유가 국내 인플루언서들을 다각도로 평가하여 랭킹화한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신사임당 채널의 구독자 수는 지난해 초 47만 명에서 일년 만에 무려 2배 이상 상승한 118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해 월 평균 3만 명의 구독자가 증가했으나 올해는 이의 2배인 월 평균 6만 명이 증가한 것.

채널 개설 후 불과 2년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의 고지를 넘은 그는, 지난해 7월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돈 특집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에는 경제 매거진 포브스코리아 표지 모델까지, 소위 '성공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행보를 걷고 있다.

2011년 월 160만 원 월급을 받으며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한국경제TV 증권팀 PD가, 월 매출 수 천만 원대를 기록하는 사업가가 되기까지의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신사임당 채널은 빠르게 구독자를 확보했다. 특히 퇴사하고 백수가 된 친구에게 쇼핑몰 창업 노하우를 하나하나 알려주는 '창업 다마곳치'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으며, 그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코치이자 멘토로 각인됐다.

'한국에서 돈 버는 법'을 직접 나서서 알려주던 그는 이제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데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 CEO, 경제 전문가부터 전업주부, 소상공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인터뷰하며 그들의 경제관념, 돈에 관한 철학, 삶의 노하우 등을 듣는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출연한 '부자는 알지만 가난한 사람은 모르는 것' 영상은 누적 조회 수가 205만 회에 달한다.

승승장구하는 신사임당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기꾼이다', '뻔한 이야기만 한다', '돈 버는 이야기로 돈을 번다'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 그는 이런 비판을 받기에 마땅한 천하의 사기꾼인지, 그를 비난하기에 앞서 풀어야 할 몇 가지 오해가 있다.

◇그는 평범하다? 아니다, 비범해서 성공했다.

신사임당의 채널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내며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미국 USC 박사·현 서울대학교 공공성과관리센터 초빙연구원)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별한 재능 없는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큰돈을 벌 수 있었는지 알려주겠다며, 모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사실 평범하지 않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몇 배나 성실하고 끈기 있었다. 이런 비범한 재능이 있어서 부자가 됐고 유튜버로 성공했다. 그런데 사람들한테는 본인이 평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니 "가르쳐준 대로 똑같이 했는데 망했다"라는 악플이 달린다.

그는 PD로서 직장을 다니며 부업으로 렌털 스튜디오 사업을 할 때부터 하루에 4-5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렌털 스튜디오 사업이 안정화되어 월 2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을 때는, 갑자기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이유는 "시간이 남아서"였다. 시간이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인기 유튜버이자 부자가 되어 모든 꿈을 이룬 것 같은 그는 여전히 "언제, 어떻게 망할지 모른다"면서 남들보다 몇 배는 더 긴 하루를 보낸다. 그의 채널에 하루도 빠짐없이 다양한 영상들이 올라오는 이유는 그의 지나친 성실함 덕이다.

그는 엄청난 끈기도 지녔다. 사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6년 경이었다. 게임, 육아, 사진, 인테리어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채널 4~5개를 운영했는데 결과적으로 '망했다'. 그 뒤로 현재의 신사임당 채널을 만들었고 2018년 말부터 큰 반응이 나타났다. 그는 "동료 유튜버들 중 운이 터질 때까지 버틴 건 나밖에 없었다"라며 겸손하게 자신의 끈기를 인정한다.

그가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들려주는 비유인 '바닷물에 커피를 탄다'라는 마음으로, 유튜브라는 바다에서 향긋한 커피 맛이 날 때까지 그는 2년 이상을 끈기 있게 버텼다.

◇그는 친절한 옆집 아저씨다? 아니다, 영악한 사업가다

구독자들은 유튜버 신사임당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이유로 친절한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과 꾸밈없음을 꼽는다. 그는 항상 같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잠을 잘 못 자 초췌한 얼굴로 등장할 때도 있으며, 본인의 아들 방에서 촬영을 할 때도 있다. 그가 올리는 영상에는 자막이나 특수 효과도 거의 없다. 심지어 인터뷰 영상에는 게스트에 대한 소개도 없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보고 꾸밈없고 쿨하다고 평가한다.

신사임당이 꾸밈없고 쿨한 것은 맞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된 이유는 '돈 되는 건 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솔직하게 말해왔다. 돈을 좋아한다고. 유튜버로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경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꿈이지만 많은 '구독자 수'와 '좋아요'를 얻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인터뷰할 게스트 섭외 기준은 '가장 많은 조회 수가 나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영상에 자막이나 효과를 넣으면 편집 시간이 4배 이상은 들어가는데 그 시간에 영상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단가를 낮추고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신사임당은 돈을 벌수 있는 기회 앞에서 영악한 사업가가 된다.

그가 쿨함을 잃을 때는 '진짜' 가족과 친구를 대할 때다. 다섯 살짜리 아들 사진을 올리며 너무 사랑스럽다고 호들갑을 떨 때, 실패할 때마다 그를 응원하고 기다려준 아내에게 울컥하며 고마움을 표할 때, '창업 다마곳치' 콘텐츠의 주인공인 친구의 앞날을 걱정하며 한밤중에 담배를 한 대 피울 때. 그때만 그는 한없이 다정하고 오지랖 넓은 아빠이자 남편이자 친구가 된다.

최근 그는 유튜브 운영을 도와줄 직원을 찾는 구인광고에서 '상호 존칭, 회식 없음, 가족 같지 않음'의 운영 방침을 내세웠다. 직원들과 업무상 쿨한 관계로만 남겠다는 것을 강조한다.

채널 구독자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구독자 중 한 명이 "'창업 다마곳치 2'로 키워달라고 애원하면 어떻게 할 거냐"라는 한 인터뷰 질문에도 "유튜버가 참견할 일은 아니다"라며 그냥 무시할 거라고 답한다. 그는 본인을 친절한 옆집 아저씨 혹은 자선사업가로 소개한 적이 없다. 돈을 좋아하는 사업가라고만 했다.

◇부자도 아니면서 부자인 척한다? 아니다, 그는 '현재진행형' 부자다.

혹자는 신사임당이 그리 큰 부자도 아니면서 부자인 척 행세하며 인기 유튜버가 됐다고 비아냥거린다. 그러나 그는 애초에 부자의 정의를 '월 1000만 원을 버는 부자', '100만 원으로 될 수 있는 부자'로 정의했다. 그는 5년 전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던 시절보다 지금 큰 부자가 됐다고 말했지, 워런 버핏 같은 부자가 됐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는 현재진행형 부자다. 그는 현재 유튜버, 부동산 임대업자, 작가, 강사로서 월 최고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두고 있음에도 지금의 부를 잃지 않으면서 계속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

5년 전보다 몇 배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지금에도 그의 씀씀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소득의 99%를 저축한다. 현재 명함에 드러나는 직업만 여러 개인 그는, 익명으로 다른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면서 일종의 '유튜브 창업'을 실험 중이고, 경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넷플릭스와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의 데뷔도 꿈꾸고 있다.

그의 책 속의 글귀처럼 그는 '묵묵히 오늘도 어제보다 부자 되는 삶'을 살고 있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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