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유동성이 끌어올린 과속·과열 증시..경고음도 커진다

이윤주·임아영 기자 2021. 1. 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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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예상보다 빨리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에 바탕을 둔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기업 실적 전망치도 높아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 문제는 그 속도와 열기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진 증시 랠리의 ‘과속’,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쏠림이 심한 ‘과열’ 모두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과속이 악재

실물 뒷받침 안 된 상승 랠리
신용대출 사상 최대폭 증가
PER·버핏지수 등 위험 신호

시장을 신중하게 보는 전문가들은 최근 관련 지표에서 시장 과열 조짐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주가 상승의 동력이 철저히 저금리에 기반한 유동성이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시장이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싶은 게 사실”이라며 “ ‘나만 주식투자 안 하나’ 조급증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일제히 주식시장에 몰려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지표는 증시 과열을 가리키고 있다. 기업 가치의 고평가 여부를 나타내는 대표지수인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14.5배다. 김 센터장은 “미국보다는 낮지만, 국내 증시의 장기 평균선인 10배에 비해선 역사적 수준”이라며 “고평가 징후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글로벌 증시가 극단적 저금리발 풍선효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인 데다 실물과의 괴리가 커 주가의 상승세 지속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른바 ‘버핏지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104.2%를 기록해 과열 국면을 뜻하는 1배를 넘어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GDP 대비 시가총액 등을 고려할 때 경제 펀더멘털보다 주가가 10~15% 정도 오버슈팅(과매수)한 상태로 보인다”며 “연초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섰지만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조정 불가피, ‘빚투’ 우려도

기업 실적 회복 전망 높지만
가파른 상승 속도 자체가 악재
이달 중순 이후 변동성 올 것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으로의 과도한 유동성 쏠림은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지난해 말의 증시 랠리가 코로나19 백신 보급, 미국 새 정부의 부양책 실시 가능성 등을 기대감으로 깔고 먼저 오른 것인데 실제 경기가 어떤 그래프를 그리며 회복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개인들의 차입투자인 ‘빚투’ 규모가 급증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2019년 1분기 24조9600억원에서 지난 4일 68조2900억원으로 한 해 만에 2.7배나 늘었다. 이 중 개인투자자들이 빌려서 투자한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본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뜻하는 신용융자 잔액은 같은 기간 10조3900억원에서 19조35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은 21.6%(약 24조원)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폭으로 뛰었다.

작은 악재에도 증시가 급랭할 수 있는 구조다. 전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태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의 취약 부문을 다시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단기조정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의 가장 큰 악재는 주가 상승 속도 그 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승 추세는 유효하지만, 1월 중순 이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가파른 속도를 보면 조정장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 편향으로 시장이 올라가다가 갑자기 모멘텀이 꺾어지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위험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임아영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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