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책임 입증할 때만 중대재해 경영자 처벌

한우람,문재용 2021. 1.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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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본회의 앞두고 여야 합의
5인 미만 소상공인 적용제외
유예기간은 7일 협의하기로

◆ 기업징벌 3법 쓰나미 ⑧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중 기업이 가장 두려워했던 '인과관계 추정' 조항에 대해 여야가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경영자 처벌도 안전 관련 책임이 입증된 경우로 한정하기로 했다. 상시근로자 5인(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은 10인) 미만 소상공인과 점포 규모 1000㎡ 미만 영업장, 학교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6일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소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 삭제와 관련해 "다만 5년 내 사고가 있었던 경우에는 가중처벌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과관계 추정은 중대재해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직전 5년간 안전조치 관련법 위반이 3회 이상 확인될 때 사고발생 책임을 묻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했던 기업이 관련 안전시설을 충분히 구비한 후에도 근로자 낙상사고가 일어나면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상시근로자 수가 5인(업종에 따라 10인) 미만이거나 바닥 면적이 1000㎡ 미만인 음식점·노래방·PC방 등도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법을 주도했던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민주당 의원 발의안은 차등 없이 적용하는 내용이었지만 업계와 정부 의견을 반영해 현행 '소상공인 보호법'상 소상공인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최대 쟁점인 유예기간 적용은 기업 근로자 수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7일 결정할 예정이다. 중대재해법 원안 통과를 주장하며 단식농성까지 벌이고 있는 정의당은 강력 반발했다.

한편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10곳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법 제정 시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없애고 상한 규정으로 바꿔줄 것 △사업주 처벌은 반복 사망사고로 한정할 것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의무를 다했을 때 면책 등 3가지 사안만이라도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우람 기자 / 문재용 기자]


"대기업 처벌부담에 하도급업체 줄일 것…결국 죽는건 中企"

중대재해법 통과 초읽기
경제10단체 마지막 호소


"사고는 하도급업체서 났는데
대기업 처벌이 맞는 法이냐"
법적용 유예로 '형평성' 문제

"반복적 사망사고때만 처벌
1년 이상인 징역 하한규정
상한으로 바꿔달라" 읍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되자 경제계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가릴 것 없이 "이 법은 대응할 해법이 전혀 없다"며 '멘붕'에 빠져 있다. 특히 산업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은 "일감이 사라져 망하든가, 아니면 처벌받아서 망하든가, 어차피 망하긴 매한가지"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6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10개 경제단체 회장·부회장은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기문 회장은 "중대재해법 내용은 중기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며 "지난해 중기 63%가 전년 대비 매출이 줄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라고 호소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이번 중대재해법 입법에 대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기업인은 "국회의원들은 가족이나 친척이 잘못하면 '모르는 일'이라며 피해가면서 기업인들은 격지 사업장에서 일하는, 얼굴도 모르는 직원의 잘못으로 안전사고가 난 경우에도 1년 이상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경제단체장들이 일괄 사표를 내 기업들의 절박함을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이번 국회를 통틀어 기업들에 가장 심각한, '쓰나미' 같은 재앙을 초래할 입법이라는 총평이 그래서 나온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법은 중기중앙회 회장을 하는 동안 가장 강도 높은 기업 부담법이 아니었나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바탕으로 손경식 회장은 경제계를 대표해 "기업들이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법 제정에 단 3가지만이라도 반영해달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선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중대재해법안은 사업주 등에게 최소 1년 이상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관리책임 소홀을 이유로 1년 이상 영어의 몸이 되도록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 아니냐는 호소다.

다음으로 "사업주 처벌은 '반복적인 사망사고'의 경우로 한정해달라"고 했다. 중대재해법 대비 일반법 개념으로 볼 수 있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우선 일반 일회성 산재사고에 적용하고 이 같은 처벌에도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경우에만 특별법 성격을 지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달라는 요청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해당 의무를 다했을 땐 면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중대재해법이 포괄적이면서 모호하게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이다. 특히 중소기업 등 영세기업은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일단 중대재해법 처벌 1차 대상자는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중대재해 대부분이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은 오너가 사업주를 겸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 까닭에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수습해야 할 오너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 "법 도입 시 원도급은 하도급에 대한 안전 투자 확대보다는 도급 계약 축소 및 해외 기업과 도급 계약을 맺거나 생산설비 자동화 대체 유인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조업 중소기업 중 수급을 받는 기업 비중은 42.1%에 달한다. 원도급이 안전관리의무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줄이기 위해 이들에 대한 하도급을 중단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기 입장에선 사고가 나든, 안 나든 결말은 같다. 바로 '도산'이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국회는 일정 규모 이하 중소기업에 법 시행 시기를 2~4년 유예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결론은 똑같다는 지적이다. 법 시행 시기가 유예되지 않는 대기업이 원도급 기업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안은 사업주나 법인이 제3자에게 도급한 경우에도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공동으로 부담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토록 했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법 시행 유예기간이 다르다. 상시노동자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공포 이후 2년, 상시노동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공포 이후 4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뒀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300인 이상 대기업이 원도급이고 50인 미만 중소기업이 하도급인 경우 하도급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향후 4년간 하도급은 처벌받지 않고 원도급 사업주만 처벌받는다. 대기업 사업주가 영세 하도급에 일감을 맡길 유인도 사라지고 법적 형평성도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중대재해법이 "다른 나라 국부 창출에 기여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경련은 "기업규제 3법, 노동조합법이 통과된 가운데 중대재해법마저 제정될 경우 국내 기업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생산기지 해외 이전 유인이 늘어난다"며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기피도 불가피해 국내 산업 공동화는 물론 기업 엑소더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비판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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