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성지' 된 증시, 선진국형 진화..과열·기업 부실이 복병[코스피 사상 첫 3,000 터치]

이혜진 기자 2021. 1. 6. 17: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레벨업 한국 증시 <중> 주식투자 대중화 시대 활짝]
개미들 올 들어서만 5조 퍼부어
3,000시대 이끄는 일등공신 역할
단타 중심 투자문화엔 우려감 커
장기투자 유도할 세제개편 필요
[서울경제]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증시가 열리자마자 3일 동안 약 5조 원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코스피 3,000 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우뚝 섰다. 지난 한 해에만 약 64조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개인들은 올 들어 더 가열차게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그동안 일부의 ‘위험한’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던 주식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착화됐던 부동산과 예금 쏠림의 가계 자산 구성에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상승 대열에 허겁지겁 동참한 개인들의 ‘빚투’와 단타 매매가 갈수록 늘어가는 가운데 증시가 과열 양상을 빚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증시로 쏟아지는 개인 자금=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63조 8,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입했다. 이 중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자금 17조 원을 제외한 46조 8,000억 원의 신규 자금이 실제로는 순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개인의 투자 행렬은 이어질 전망이다. 연초 3일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5조 209억 원어치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그럼에도 언제든지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대기시켜 놓은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이 화수분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9조 4,409억 원으로 70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CMA 자금도 58조 6,082억 원으로 지난해 초의 45조 4,301억 원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약 13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증시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 저변도 확대일로다. 키움증권은 5일 하루 동안 3만 9,754개의 계좌가 개설돼 일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4일과 5일 이틀간 신규 계좌만 7만 3,681개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주명진 NH투자증권 반포WM센터장은 “연말 연초, 증권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들이 어느 지점이나 붐비면서 직원들이 야근을 해야 할 정도”라며 “고객들은 펀드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주식 직접 매매와 공모주 문의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활동 주식계좌 수도 사상 최초로 3,500만 개를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활동 계좌 수는 3,548만 개로 전년 말 대비 612만여 개가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매일 7만여 개씩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위험 선호 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주식이 이제는 대중화되는 시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감소하고 주식에 대한 인식 변화로 개인들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며 “코스피 기준 배당수익률이 1% 후반인 상황에서 증시가 일부 조정을 받더라고 가계의 머니 무브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테크 중심에 서는 주식···‘선진국형’ 자산 구성 변곡점 되나= 그동안 국내 자산 구성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부동산과 예금 쏠림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국내 가계의 자산 비율은 금융자산 23.6%, 실물 자산 76.4%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데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예금과 보험의 비중이 60%를 넘어선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에서 주식·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본순환표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3,975조 7,898억 원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646조 7,758억 원)였으나 2·4분기 말에는 4,184조 337억원 중 18.3%(763조 8,664억원)로 증가했다. 그 이후에도 동학 개미들의 매수가 이어지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5%까지 증가한 것으로 신한금융투자는 추정했다. 김진성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직 전체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절대 비중은 낮지만 증가 추세는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가계가 수익률이 높은 주식으로 자금을 운용하며 노후 자금을 불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연금의 주식 투자가 활발한 미국의 경우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예금 비중이 13.1%인데 반해 보험과 연금은 32%, 주식 및 펀드 비중은 45.5%에 달한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미국·호주 등의 선진국은 연금 자산을 주식으로 운용하며 개인들은 노후 대비를 하고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가계의 자금 수혈을 받아 투자하며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며 “우리도 올해가 선진국형 가계 자산 구성으로 가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빚을 내서 하는 단타성 투자가 아니라 퇴직연금과 같은 장기 자금이 증시로 유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빚투·단타 치중은 경고등=그러나 증시로 몰려든 일부 개인들이 장기 자금을 운용하기보다는 빚을 내 단타 매매에 치중하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신용 융자잔액이 5일 기준 19조 6,241억 원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2030의 신용 대출 잔액은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89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나 증가했다. 마이너스 통장, 신용 대출 등을 활용해 주식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매매 비중이 높은 점도 단타 매매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물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실이 본격화될 경우 증시 조정을 배제할 수 없어 빚투에 나섰던 개인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세운 박사는 “개인 투자자들이 단타 중심의 투자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우량주 중심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양사록 ·심우일기자 hasi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