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장만 빼주고..대기업은 최대 5배 징벌적 손배

문재용,이석희 2021. 1. 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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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중대재해법 잠정합의
산안법과 법리충돌 논란 여전
경영상 막대한 부담도 떠안아
발주·임대업자는 처벌 제외

◆ 기업징벌 3법 쓰나미 ⑧ ◆

중대재해법이 영세업장에 큰 피해를 입힌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여야 정치권이 소상공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합의했다. 여야는 같은 이유로 중소기업에 대한 법 적용 시점도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이 집중적인 타깃이 돼 경영상 막대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부터 사업장의 산재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1년 만에 비슷한 유형의 법이 또 등장해 최대 5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됨에 따라 이중 처벌에 대한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중대재해법 적용 범위인 '다중이용업소'에서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거나 매장 면적이 1000㎡ 미만인 소상공인을 제외하는 데 합의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시설을 구비할 여건이 안 되고 기업 소유주가 경영·안전관리를 모두 책임지는 사례가 많은 영세사업장과 중소기업 위주로 규제가 가해질 것이란 비판에 시달려왔다. 입법 과정에서 주로 거론된 대기업·공기업 등은 법망을 피해가고 중소기업만 처벌될 것이란 주장이다.

여야는 소상공인 적용 제외에 합의한 것처럼 중소기업 근로자 수에 따라 적용 시점에도 차등을 둘 계획이다. 당초 입법을 주도한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중소기업 업장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가 더 문제라며 차등 없이 일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법의 조문을 조율해 안전사고가 발생한 중소기업에 일감을 준 원청업체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떠오르며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초 입법 취지가 안전관리를 하도급에 떠넘기는 원청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직접 책임지게 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적용을 유예하더라도 대기업 등을 처벌할 수 있다면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업에 발주·임대를 한 기업도 기존안과 달리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민주당 소속인 백혜련 법안심사소위원장은 "발주는 도급 개념에 포섭되기 때문에 굳이 발주를 조항에 남겨둘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가 A건설사에 창고건설 사업을 맡기고(발주) A건설사가 다시 하도급(도급)을 준 B건설사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기존안에서는 유통업체도 처벌 대상에 오르지만 합의안은 A건설사만 책임을 묻는 식이다.

현재까지 여야 합의대로 중대재해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의 안전관리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은 기존에 산업재해 처벌의 근거가 됐던 산업안전보건법상 금지행위를 그대로 준용해 더 강력한 처벌을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두 법에 모두 저촉되는 행위가 적발되면 형법상 더 강력한 처벌을 가하는 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경영책임자의 징역형까지 포함된 중대재해법이 주로 처벌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용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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