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플레·인플레 기로에 연준 통화운영에 성패 달려

신헌철 2021. 1. 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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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학회가 본 美연준 금융·통화정책
금리 섣불리 올리거나
자산매입 축소 단행하면
경제회복 지연시킬 수도
연준 유동성공급 좋지만
시장 지나친 의존 가능성
이미 비트코인 과열조짐

◆ 매경·한미경제학회 포럼 ◆

"금융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통화당국은 금리를 올리거나 자산 매입을 줄일 수 있다. 경제 회복 이전에 그런 조치가 이뤄지면 결국 '루즈루즈(lose-lose·모두가 패배)' 시나리오가 된다."

전미경제학회 마지막 날인 5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금융 학자들과 통화정책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을 종합 평가했다. 이들은 시중 유동성을 축소하는 긴축정책의 방아쇠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탐욕에 따른 금융시장 과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 등 중요 정책에 투표권을 갖게 된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자산 매입이 계속되는 가운데 보험사나 연·기금 등이 명목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과도한 리스크를 지고, 이는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며 "다른 투자자들도 단순히 낮은 이자율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우려로 통화당국이 정책 목표가 달성되기 전에 금리를 올리거나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등 긴축으로 돌아서면 모두에게 손해"라며 "긴축은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을 더 키우고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발생했던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에번스 총재는 "지금은 시장 참여자들이 제로금리 등 완화된 통화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점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물가 상승률은 2%를 넘어 단기적으로 3%에 도달해도 된다"며 "인플레이션은 통제 가능한 반면 고용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용 확대를 위해 물가 상승을 일시적으로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르쿠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연준이 시장 조성자와 최종 대부자 역할을 잘했고 시장 패닉을 줄였다"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증시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증가 등으로 유동성이 추가 공급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긴축정책으로)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대마불사인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충격이 크고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지만 디플레이션 함정과 인플레이션 함정을 모두 피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동차에 비유하면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기술적으로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를 역임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연준의 선제적 위기 대응을 평가하면서 시장이 정부의 유동성 공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른바 '둠 루프(Doom Loop·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부실기업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면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금융시장 위험성은 아직 높지 않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3400달러를 넘었다"고 덧붙였다.

앤드루 매트릭 예일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의 학습효과로 연준이 금융 안전망을 제공하면서 금융위기로 전염되는 것은 막았다"며 "아직 금융기관 건전성은 괜찮은 수준이지만 경제 충격이 장기화될 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매트릭 교수는 일회성 사건이 시장에 큰 파장을 부르는 '꼬리 위험(tail risk)'에 주의해야 한다며 "선의의 정책도 금융 시스템에 의도치 않은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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