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더 많은 사람이 백신 맞아야할 때..접종량 줄이고 접종간격 늘이고

조승한 기자 2021. 1. 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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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1회 접종 효과 찾는 연구자들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전파를 막을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으로 국내에도 도입이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일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 인구를 늘리기 위해 1회차와 2회차 접종 간격을 늘리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사람에게 두 번 놓는 방식보다는 한 사람 분량을 두 사람에게  나눠 접종하는 방식으로 접종 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도 코로나19를 막기 위해서는 2회 접종으로 확실한 효과를 보기보단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접종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제학술지 ‘내과학 연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번 맞는 대신 1번만 맞아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분석한 논문 3편을 잇따라 5일 공개했다.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얀센 제품은 1회만 접종하면 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은 2회 맞도록 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첫 번째 접종한 뒤 3~4주 내로 두 번째 접종해야 효능이 나타나는 것으로 임상결과 나타났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1회 접종하는 경우 효능은 52%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됐으나 여전히 확산세가 꺼지지 않은 일부 국가에서 접종 간격을 늘려 백신 접종자의 수 자체를 늘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영국은 1회차와 2회차 접종 간격을 기존 3~4주에서 12주로 늘리기로 했고 독일과 덴마크도 접종 기간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도 이같은 대책을 주장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팔티엘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학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을 1회 맞을 때 55%의 효능만 있다면 이를 두 차례 맞아 95%의 효능을 보이는 경우와 전파력 감소 효과가 같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같은 양의 백신이 있다고 가정하고 2회 접종을 통해 95% 효능을 만드는 경우와 효능을 모르는 상태에서 1회 접종을 진행했을 때 감염재생산지수(R) 감소를 비교해 이같은 수치를 얻었다.

데이비드 팔티엘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학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을 1회만 접종했을때와 2회 접종했을때 감염 확산 예방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1회 접종시 백신 효능이 6개월을 간다고 가정(파란색 선)하면 2회 접종(주황색 선)과 55% 효능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내과학연보 제공

루안 바르나바스 미국 워싱턴대 알레르기 및 감염병학부 교수 연구팀도 코로나19를 통제하려면 속도가 필수라며 백신 1회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백신 적용 범위를 두 배로 늘리면 감염병 통제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과 두 번째 접종에서 더 높은 부작용 발생률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불완전한 백신을 맞음으로써 사람들이 여전히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지키기 등 행동을 유지할 것이고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백신을 제공하므로 윤리적이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요수아 살로몬 미국 스탠퍼드대 의학부 교수는 2회차 접종을 위한 백신 비축분을 앞당겨 쓰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은 현재 3주 후 맞을 2회차 백신의 50%를 다른데 활용하지 않고 비축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첫 3주에는 10%만 남긴 채 최대한 활용하고 다음 3주간 90%를 비축해 메꾸는 새로운 전략으로 바꾸면 최대 29%의 코로나19 전파력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과학연보는 사설을 통해 “응급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을 신속하게 도울 수 있다면 불완전한 결과라도 내야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면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안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백신의 1회 용량 또는 지연된 2차 접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 한 2회 요법과 유사한 면역력을 만드는지 보기 위해 임상과 관찰 연구를 수행하는게 우선 순위여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백신 접종 조절에 대한 여지를 열어뒀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레한드로 크레비오토 WHO 면역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1~28일 내 백신을 2회 접종받을 것을 권고한다”면서도 “각국이 처한 역학적 상황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권고는 다소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약사는 임상에서 확인될 결과가 아니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4일 공동성명을 내고 접종 간격을 늘리는 데 대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데이터가 없다”며 “임상 외 다른 접종계획에 대해서는 백신 안전성과 효능이 평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과 미국 보건당국 등도 부정적이다. 유럽의약품청은 “화이자는 21일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접종하는 게 원칙”이라며 “투여법에서 벗어나는 접종법에 대한 별도 승인은 이뤄진 바 없다”고 밝혔다. FDA도 4일 성명을 내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 스케줄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의 역사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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