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박살난 北, 김정은 "최악중 최악" 공개 반성

한예경,연규욱 2021. 1. 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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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열린 北 최대 정치행사..8차 당대회 개막
金 "경제 전략 엄청나게 미달"
대외 언급 자제하고 내부질책
핵·미사일 관련 메시지도 없어
美 자극했던 7차대회와 대조
바이든 시대 앞두고 수위 조절
金, 이번엔 양복 대신 인민복
김여정 집행부로..위상 재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년 만에 열린 북한 최대 정치 행사인 당대회에서 경제정책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최근 5년간의 시간을 "최악 중 최악의 난국"이라고 표현하며 사회주의 체제 결속을 강조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남·대미 메시지는 당대회 첫날 나오지 않았다. 다만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조국 통일 위업과 대외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게 된다고 하셨다"고 전하며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대남·대미 정책 기조를 제시할 것임을 예고했다.

6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8차 당대회) 개회사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자평했다. 지난 7차 당대회 때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이라며 지난 5년간의 경제발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강조했다. 또 북한 경제의 실패를 외부 탓으로 돌리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애(방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 위원장 특유의 '솔직 화법'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이미 대중에게 은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해진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더 현실적인 평가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경제 실패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당원들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했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대남 정책과 관련해서는 일부 유화적인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중고(대북제재·코로나19·수해)를 겪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남측 도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전략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형태의 남북 경제협력 제스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5년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5년을 구상하는 경제계획에 대한 북한 주민들 기대가 큰 데 반해 당장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신년사를 통해 북한과 새로운 대화와 협력 의지를 강조한 만큼 밑그림은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남북 관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북에서도 싱가포르 선언 이후 대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당대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 방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외교안보팀이 별다른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새로운 대미 정책 기조를 공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을 자극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대외 메시지를 아예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핵무기·전략무기 등 지난 5년간 대내외에 과시했던 군사력 증강에 대한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개회사에서 광명성 4호와 첫 수소탄 실험을 성과로 다루며 미국을 자극했던 7차 당대회 때와는 대비된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 복장이 7차 당대회 때와 달라진 점도 주목된다. 2016년 4월 열린 7차 당대회 당시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 8차 대회에선 인민복 차림이었다. 7차 당대회 때는 '정상국가' '보통국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양복을 입고 국가 최대 정치 행사에 등장했다는 해석이 있었다. 이번에 인민복을 착용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 사회주의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에 이어 북한 내 실질적 2인자로 평가받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높아진 위상이 재확인됐다.

김 제1부부장은 4년 전과 달리 당대회 집행부로 선출됐고, 이날도 김 위원장 바로 뒷줄에 앉았다. 김 제1부부장 옆에는 역시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착석했다. 조 제1부부장 역시 8차 당대회 집행부 명단 39인에 새로 포함됐다. 주석단 첫 줄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당 최고위급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자리했다.

[한예경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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