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韓 외교방문 필요없다"..선박나포 해법 '표류'
법적대응 준비 나섰지만
이란, 환경오염 문제만 강조
국회 외통위 긴급간담회
송영길 "70억弗 동결때문"
이란 외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이드 하티브자데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한국 선박 문제는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라며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은 해양 환경 보전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이와 같은 행보는 이해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외교적인 방문이 필요 없기 때문에 양측의 별도 방문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가 전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오는 10일 2박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고 이 자리에서 나포 선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최 차관 이란 방문에 대해서는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도 했다.
이란 측에서 환경오염 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한 법적 대응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긴급간담회를 요청하면서 외교부는 현안 보고자료를 제공해 "억류 사태 해결을 위한 조치의 하나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우선 △선박 억류가 환경오염과 관련됐다는 이란 주장의 진위 △공해·영해 여부 논란 △이란군의 한국 선박 승선 과정에서 국제법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고 있다. 한국 측 선사는 줄곧 "일체의 오염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포 사건 배경으로 한국 은행에 압류된 이란의 수출대금이 지속적으로 지목되면서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전날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한국의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을 문제 삼으며 "만약 인질범이 있다면, 그것은 70억달러가 넘는 우리 자금을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는 이란 측에 70억달러를 지불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등 인도적 교역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대이란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려운 상태다. 송영길 외통위장은 "이란에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의료품과 백신 제공 용도로는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래서 정부가 미국 측과 협의해서 1000만달러 이상 대금으로 의료품을 사서 이란에 제공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이에 만족을 못하고 엄청나게 불만을 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 선박 나포에 이어 우라늄 농축 능력 확대 등 이란의 최근 연이은 강수는 미국의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최대 압박을 통한 제재 해제를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임기 말까지 이란 제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5일 성명을 통해 "이란의 철강·금속 제조업체 12곳과 해외 판매 대행사 3곳 등 이란 업체 15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김덕식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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