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CCTV 속 아이는 울지 않았다

정영현 기자 2021. 1. 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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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자기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우는 거겠죠? 배고프니까··· 졸리니까··· 더우니까··· 추우니까··· 할 수 있는 게 우는 것밖에 없으니까··· 그걸로 말을 하는 거겠죠? 그런데 그 모든 울음들이 다 하나의 말이더라구요. 자기 좀 살려달라고···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처음이에요. 이렇게 강하게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요." (연상호·최규석 '지옥2', 2021년 문학동네 펴냄) CCTV 속 정인이는 울지 않았다.

배고프다고, 아프다고, 때리지 말라고, 고통스럽다고, 그리고 '살려달라고,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울고 또 우는 아이에게 돌아온 것은 가혹한 학대와 무책임한 방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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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아기들은 자기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우는 거겠죠? 배고프니까··· 졸리니까··· 더우니까··· 추우니까··· 할 수 있는 게 우는 것밖에 없으니까··· 그걸로 말을 하는 거겠죠? 그런데 그 모든 울음들이 다 하나의 말이더라구요. 자기 좀 살려달라고···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처음이에요. 이렇게 강하게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요.” (연상호·최규석 ‘지옥2’, 2021년 문학동네 펴냄) CCTV 속 정인이는 울지 않았다. 16개월의 짧은 생이 끝나기 딱 하루 전이었다. 정인이의 배 속은 이날 이미 염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통증이 아이의 작은 몸을 덮친 상태였다. 울고불고 바닥을 뒹굴어도 모자랄 만큼 아이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품에 축 늘어져 있거나 구석에 그저 멍하니 혼자 앉아 있었다. 뒤늦게, 너무 늦게 CCTV를 통해 아이의 체념한 등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정인이는 사망 전날 울지 않았다. 그러나 그전에 아마 헤아릴 수도 없이 울었으리라. 배고프다고, 아프다고, 때리지 말라고, 고통스럽다고, 그리고 ‘살려달라고,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울고 또 우는 아이에게 돌아온 것은 가혹한 학대와 무책임한 방관뿐이었다. 아이는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울었지만, 많은 어른들이 정인이의 고통을 스쳐 지나갔다. 한 의사는 사망할 무렵 아이는 ‘무감정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이가 가진 유일한 언어인 울음으로 아무리 호소해봐도 결국 아이는 지옥을 벗어날 수 없었으므로, 울수록 양모의 학대는 심해졌을 것이므로 아이는 웃지도 울지도 않기로 했다. 도움을 청하기를 멈췄다. 16개월의 너무도 짧고 안타까운 삶. 아이가 경험한 세상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자들의 ‘지옥’일 뿐이었다. 정인아, 미안해.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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