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CCTV 속 아이는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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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자기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우는 거겠죠? 배고프니까··· 졸리니까··· 더우니까··· 추우니까··· 할 수 있는 게 우는 것밖에 없으니까··· 그걸로 말을 하는 거겠죠? 그런데 그 모든 울음들이 다 하나의 말이더라구요. 자기 좀 살려달라고···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처음이에요. 이렇게 강하게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요." (연상호·최규석 '지옥2', 2021년 문학동네 펴냄) CCTV 속 정인이는 울지 않았다.
배고프다고, 아프다고, 때리지 말라고, 고통스럽다고, 그리고 '살려달라고,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울고 또 우는 아이에게 돌아온 것은 가혹한 학대와 무책임한 방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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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는 사망 전날 울지 않았다. 그러나 그전에 아마 헤아릴 수도 없이 울었으리라. 배고프다고, 아프다고, 때리지 말라고, 고통스럽다고, 그리고 ‘살려달라고,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울고 또 우는 아이에게 돌아온 것은 가혹한 학대와 무책임한 방관뿐이었다. 아이는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울었지만, 많은 어른들이 정인이의 고통을 스쳐 지나갔다. 한 의사는 사망할 무렵 아이는 ‘무감정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이가 가진 유일한 언어인 울음으로 아무리 호소해봐도 결국 아이는 지옥을 벗어날 수 없었으므로, 울수록 양모의 학대는 심해졌을 것이므로 아이는 웃지도 울지도 않기로 했다. 도움을 청하기를 멈췄다. 16개월의 너무도 짧고 안타까운 삶. 아이가 경험한 세상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자들의 ‘지옥’일 뿐이었다. 정인아, 미안해.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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