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몸값 1조원' 자회사 7개로 늘었다
설립 1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산은, 1000억 투자 2대 주주로
클라우드 플랫폼 상반기 출시
인공지능(AI) 기반 기업서비스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설립 1년 만에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산업은행의 평가다. 카카오는 이로써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자회사가 일곱 개로 늘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고하게 다진다는 전략이다.
산은이 지분 8.8% 소유 2대 주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산업은행에서 투자금 1000억원을 유치했다고 6일 발표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신주 136만6774주를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투자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지분 8.8%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사전 기술평가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투자 대상 최고 등급을 매겼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 지원 역량 등을 높이 평가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국내 혁신 기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최대 규모 스케일업 투자(고성장 혁신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라며 “국내 자본으로 혁신 산업 육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벤처 생태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12월 카카오에서 AI사업을 담당하던 사내 벤처 AI랩이 분사한 기업이다. 다양한 업종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출범 이후 1년 동안 특허청, NH투자증권, 에버랜드, 교보생명, KBS, 코맥스 등 16개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다.
일곱 번째 ‘1조 클럽’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9월 기업 업무용 도구인 카카오워크를 출시했다. 출시 3개월 만에 워크스페이스(이용 계정) 개설이 10만 개를 돌파했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 10년간 쌓아온 데이터 구축 기술과 관련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클라우드 플랫폼인 카카오i클라우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번 투자금으로 카카오워크, 카카오i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기술 투자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혁신 DNA’와 IT를 활용해 국내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로 카카오는 자산가치 1조원이 넘는 자회사를 추가로 보유하게 됐다. 산업은행이 주당 7만3165원에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한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몸값은 1조1363억원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이전에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은 카카오 자회사는 6개였다.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가 시가총액 3조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1조원 유상증자 작업을 마무리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이미 9조원을 돌파했다. 외부 투자를 받은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M도 1조원이 넘는 몸값을 인정받았다. IT업계 관계자는 “경쟁 기업인 네이버와 비교하면 투자 여력이 부족한 카카오는 외부 투자 유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7000억~1조1000억원 수준의 영익이익을 올렸다.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연간 800억~4000억원(올해 4000억원대 전망) 수준이었다.
이번 투자 유치 성공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국내 공공 IT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공 분야 관련 수요가 국책은행인 산은이 투자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몰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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